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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협주 Apr 11. 2024

총선결과를 지켜보며, 윤통을 생각하며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윤통의 취임 이후 행적 대부분이 비호감이었지만 (검사 시절은 멋졌다고 생각한다. 비리 대통령 두명을 구속시킨 사람인데)

유일하게 적극 지지할 수 있었던 항목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었다.

복지의 차원에서도, 균형의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건 여러 데이터로 증명되었고

여야, 보수언론 진보언론 상관없이 대부분 동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문통때보다도 확대된 2000명의 숫자는 사실 의사집단과 가까운 여권의 공약보단 야권의 공약에 가까운 숫자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하필 이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윤통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여권에서도 퇴임론이 나오는가 하면, 야권에서도 심판론의 요인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어느 정도는 내줄 것을 내주며 단계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랬다면 지금의 의료공백을 줄이면서도 천천히 증원을 확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찌보면 검사 시절 윤통의 강점이자 단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넘어, 그당시 가장 급부상하는 인물이었던 조국을 수사할때의 단호함, 혹은 아집이 그를 검찰총장에서 끌어내렸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문재인과 윤석열, 조국, 그리고 한동훈은 여러 겹의 <소신과 카운터>의 아이러니로 엮인 듯하다.

검사로서의 행적과는 무관하게 보수주의자임을 숨기지 않았던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통의 걸기( 이 또한 문재인답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통 입장에서 검찰이 정치개입에 가까울정도로 강도높은 수사원칙을 청와대에 적용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는 부메랑이 되어 조국사태를 일으켰고, 결국 조국사태는 문재인정권의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히기도 한다.


살아있는 권력을 엄중히 수사해달라는 문통의 뜻을 받아들였던(혹은 그 이상으로 받아들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보란듯이 문통의 최측근을 수사하는 소신을 과시했고 그 결과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한동훈의 좌천과 스스로도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이 결과는 다시 한번 반전을 일으켜, 마땅한 후보가 없던 보수진영에서 센세이녈한 방식으로 대통령을 배출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 이후, 김건희 리스크와 장모 리스크를 대하는 데 있어 본인의 검사시절과는 다른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야권과 국민들의 실망을 일으켰다. 만약 윤통이 이 부분마저도 그의 과거와 같은 태도로 대했다면, 조금은 결과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는 만나지 말았어야지.


법무부장관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쫓겨난 조국은 몇년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거쳐 컴백했다. 언제 다시 구속될 수도 있지만 조국혁신당은 10석 이상의 비례대표를 확보했다. 개인적으로 조국의 컴백이 이토록 화려할 수 있는 이유는(4년전과 다르게), 철저히 윤통의 부족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불소통과 여러 언행에서의 실수, 결정적인 김건희 리스크, 장모 리스크, 불필요한 TV출연, 무리한 의과대학 증원협상 등이 겹쳐 카운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던 시기에 조국이 등판했고, 윤석열과 한동훈에 대한 분노에서 조국을 이길 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조국의 메시지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윤석열, 한동훈, 김건희 심판. 어떤 큰 정치적 대의보다는 철저히 저격수 포지션으로 이번 총선을 대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확실한 분노에 (조민과 정경심의 모든 논란을 옹호해서라기보다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게다가 이재명의 행보를 싫어하는 친문, 친여권 사람들의 마음마저 조국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조국의 열풍이 어디까지 이를지 감도 안 잡힌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눈빛이 4년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철저히 중무장된 정치인의 모습이랄까. 윤석열에 의해 쫓겨났고 윤석열에 의해 컴백하는 그의 모습 역시 정치라는 아이러니의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한동훈의 급부상과 현재로서 예상되는 급하강 역시도 아이러니하다. 윤통의 취임으로 화려하게 법무부장관으로 컴백했던 한동훈은 적어도 보수진영에선 대부분이 동의할정도로 선명한 행보를 보여왔다. 개인적인 인상으로도 TV에서 한동훈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말의 논리와 대화방식에 있어서 몇수위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주장하는 바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몇가지 부분, 국회의원 권한축소 연봉축소. 김예지의원 비례대표 임명과 그녀를 대하는 자세 등에 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여하튼 그런 한동훈의 능력은, 그를 정계로 끌어당겨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까지 이르게 했고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그림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개표결과를 보니 결국 한가지를 해결하지 못한게 크다고 생각한다. 김건희 리스크. 한동훈 입장에서 나름 애를쓰며 윤석열에게 대항하기도 했고, 이종섭 대사건의 경우 의견을 관철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한동훈은 윤석열과는 달랐다. 윤석열의 최측근으로서 윤석열을 같은 잣대로 대하거나 비판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차피 이번 총선은 한동훈의 활약여부와는 무관하게 여권의 필패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한동훈이 소신있게 끝까지 고개 안숙이고 김건희 특검 찬성하고, 윤석열마저도 필요에 의해서 꾸짖을 수 있었다면, 선거결과와는 무관하게 좀 더 명확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만봐도 애쓰다 만꼴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한동훈에게는 또 한번 어떠한 아이러니의 바람이 불까. 그리고, 어찌됐든,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는 만나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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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수술을 한 김에, 집에서 사회기사를 열심히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총선기간이기도 하고 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이어선지 눈길이 저절로 간다. 많은 것들이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생각해보면 내 비염수술도 그렇다. 2019년에 인생은 꿈이라는 학교공연을 하며,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전극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아마 대사의 30퍼센트 정도가 세히스문도의 것이었을 거다. 오디션 1지망은 학점도 못받는 예술사 스튜디오 작품이었는데 그건 떨어지고 2지망으로 넣었던 인생은 꿈에 붙어 이야기의 화자로 공연할 수 있었다. 그건 아마 나를 주목해주셨던 누리아쌤 덕분이었을텐데 사실 너무 기뻤다. 세히스문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당연히 1지망으로 인생은 꿈을 지원했을 거다. 하지만 배역이 너무 매력적이라 오히려 2지망으로 뺀 거였는데, 몇번의 리딩과정을 거치며 쌤이 나를 세히스문도로 사실상 점찍어뒀구나 느낄 수 있었다. 하긴 2지망이어도 오디션은 열정적으로 임했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훈데, 대사수행에 너무 욕심을 내다보니 연습시간 외에도 개인연습시간을 가지며 독백을 계속 읊어댔다. 발성을 쓰면 자감이 잘 안오는 것 같아 생목도 많이 썼는데 공연 2주전쯤부터 목과 코가 완전히 맛이 갔다. 그당시의 동료들과 쌤은 아마 정말 모를 것이다. 보이는 현상 이상으로 나는 목이 타들어갔고 코를 많이 풀었다. 공연때는 공연전에 코를 푸는 시간만 30분(이마와 눈밑, 코옆에 가득차있는 농들을 어떻게든 눌러가며 억지로 빼줘야 했다), 공연 중간 중간 코를 푸는 시간도 10분정도에 달했다. 공연장에 오기 전엔 학교앞 이비인후과에서 미리 코를 한 번 빼고 왔고, 2주간은 정말 약을 하루 3,4회씩 닥치는대로 먹었다. 발성을 크게 낼때는 성대 주위의 근육들이 급작스럽게 수축되는게 느껴졌고(인생 처음으로) 이 현상은 작년 공연 러브앤인포메이션을 할때까지도 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단편영화 위주로 연기를 해왔던 나는 나의 연극적 욕구를 그 공연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지만, 나의 단련이 덜 된 소리기관은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회복기간을 거쳐야 했고 어쩌면 아직도 회복 중에 있다.

하지만, 덕분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2021년을 시작하며 이런 목상태로 연기하기엔 아쉽겠다 생각이 들어 담배를 끊어보자 생각했고 다행히도 헤비스모커가 아니었던 나는 비교적 무난하게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 애초에 연초는 몇대 피지 못하고, 전자담배 액상담배를 선호하던 나였는데 덕분에 한꺼번에 끊게 됐다. 확실한건 폐가 건강해지고 가래와 구강이 깨끗해진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 감기걸렸을때 더욱 선명한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담배를 끊다보니 스스로의 소리와 소리기관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1년 이상을 여러 이비인후과를 거치며 진찰받아왔다. 비중격만곡증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숨을 쉬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없는 정도라고들 했다.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완적 치료를 해봐도 근본적으로 코가 예민해지는 시기에 오른쪽 코가 막히는 증상을 해결할 수 없었다. 비중격이 부어있는 하비갑개와 붙어있는 부분이 존재해서인데,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 며칠전 수술을 받았다. 아직은 코에서 피가 흐르는 중이라 결과는 조금더 기다려야 하고, 그 이전에도 숨이 엄청 안쉬어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깜짝 놀랄만한 발전을 기대하진 않지만, 오른쪽 코에 분명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중이다. 특별히 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여하튼 좋은 병원에서 좋은 의사에게 수술받았으니 경과는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다면 이 또한 인생은 꿈부터 시작된 어떤 아이러니의 흐름 속에서 발생한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정치의 아이러니를 얘기하다가 맥락없이 내 연극과 코건강의 아이러니로 넘어왔는데, 뭐 이또한 아이러니지 뭐.


건강이 최고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총선결과와는 상관없이

의대증원은 계속 적극적인 방식으로, 의사협회와 정부 여야의 완만한 소통 속에 계속 추진됐으면 좋겠다.

건강이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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