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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와 Mar 22. 2023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50대에 돌아보는 핸드폰 시대의 행복.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아침에 핸드폰 알람에 눈뜨고, 핸드폰으로 일정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교통카드 찍고, 점심에 메뉴 맛집 고르고. 저녁에 카톡으로 약속 잡고, 친구들 만나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음악 듣고, 계산하고, 이러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 영화. 지난 토요일 내가 보았던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무섭기도 했지만 핸드폰이 이렇게나 내 생활에 밀접한가 하는 새삼스러움과, 나도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계가 나오고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는 요즘. 새 제품을 살 때마다 작동법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몇 년을 핸드폰을 안 바꾸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결론은, 새 시대 새 기계의 작동법을 새로 익히느라 한참 애먹었다. 그때 결심한 것이 있다. 뭐든, 새로운 기계를 살 땐 가장 최신 버전의 기계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새로운 버전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가장 최신 것을 사는 것이 최선이리라.


몸은 점점 늙어가는데 헉헉대면서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게 한심하다가도, 친정 엄마를 보면 안 되겠다 싶다. 친정엄마는 최신폰을 사드려도 작동법을 몰라서 카톡도 못하시고 사진도 못 보신다. 아무리 가르쳐 드려도 못한다는 소리만 하시고. 아예 배울 생각도 안 하신다. 엄마 연세에도 어떤 분은 카톡도 잘 보내시고, 사진도 전송하시며 소통이 되는데, 친정엄마는 핸드폰도 안 꾸시고 계속 구형폰만 고집하시다가 새 기계에는 영영 적응을 못하신다. 그래서 어쩌다 찾아뵈면 그동안 못 본 문자나 사진 좀 켜봐라 하시며 핸드폰을 내미신다. 나도 답답하지만 엄마도 얼마나 답답하실까. 그래서 결심한 것이, 친정엄마처럼 안되려면 악착같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어디까지 따라갈진 모르지만, 하는데 까진 해볼 작정이다. 그래서 SNS도 하고, 줌으로 만나기도 하고 잘 몰라서 몇 번이나 딸내미를 불러 핀잔을 받으며 물어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르니 물어볼 밖에. 그나마 딸내미가 같이 살아 물어보지, 따로 살면 그도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옛날엔 어찌 살았을까. 교통도 물질문명도 다 없었으니, 여자들 고생이 많았을 것이고, 기계가 없으니 몸을 써서 모든 의식주를 해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이 더 불행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부러 방송과 통신이 잘 안 되는 두  산골이나 제주도 한 달 살기 등으로 모든 것을 잊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오히려 단순하게 살던 옛날이 더 행복했을 수도 있으려나?


옛날엔 지금처럼 통신이 발달하지도 않아서 빈부격차에 대한 소외감이 그리 크지 않았으리라. 지금처럼 내 주위의 누가 어찌 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게 되는 시대엔 소외감도 실시간으로 오니,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이다. 그렇다고 시골 오지에서 살거나 옛날로 되돌아갈 순 없으니, 내가 적응하면서 살아갈 밖에. 하지만, 옛날보다 더 좋고 행복하다고는 하지 말자. 물론, 수명도 더 길어졌고, 먹고사는 것도 풍족하지만, 행복의 수위는 가늠하기 어려움이 그 이유이다.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혹자는 개나리꽃의 노란 꽃잎을 보며,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고, 탁 트인 청명한 가을 하늘과 처마 끝 고드름. 내가 손으로 수놓은 하얀 베갯잇과 산책하며 캐논 알싸한 산달래 한 줌이 더 더 행복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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