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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내리는 비
Dec 11.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35)
@. 오늘은 정이랑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김씨 아저씨
정이랑
서문시장에는
물건을 배달해 주는 그가 있다
하루 12시간, 상인들의 콜만 기다린다
고향이 어디인지, 슬하에 자식은 몇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김씨, 김씨 아저씨!
여기저기 50년이 넘도록 그를 불러대고 있다
그의 소원이 있다면
죽는 날도 상인들의 콜을 받는 것이란다
아, 고향이 따로 있나
한 곳에 오래 살면 그곳이 자기 고향이지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씨아저씨
리어카 한 대 옆에 두고,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담배도 한 개비
꺼내 물고,
흥이 돋으면 유행가도 한 가락 뽑는다
<친절 신속 정확> 좌우명으로
그는 상인들의 콜을 지금도 받고 있다
당신을
콜 해주는 이가 있습니까?
#. 정이랑 시인(1969년생, 본명 ‘정은희’) :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97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 및 '시원' 동인으로 활동 중
<함께 나누기>
잘 아는 두 분이 택배기사란 직업을 가졌습니다. 아니 한 분은 얼마 전 하늘로 갔으니 한 분 남았습니다.
두 분은 모두 쿠팡 같은 대형업체 소속이 아니라 소위 일인 자유업 즉 프리랜서인데, 일반 택배보다 부피 작은 산업용품을 배달합니다.
‘콜’ 받으면 전화로 흥정을 하고 서로 이해타산이 맞으면 달려갑니다. 허니 늘 콜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이 지루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콜 한 번 받지 못하면 참 허탈하다고 합니다. 일단 수입이 없어지니까. 그래도 점심은 사 먹어야 하고.
배달 갔다가 거기서 자기 집 근처나 중간 지점에 배달할 물건 콜 받으면 그날은 운 좋은 날이랍니다. 허나 그런 날도 있지만 잔소리 들을 때도 가끔 있다 하니. 쎄빠지게 달려갔건만 시간 늦었다 군소리하는 사람, 돈 못 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니...
오늘 시에 김씨 아저씨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의 물건을 배달해 주는 소위 택배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12시간 내내 상인들의 콜만 기다리는데 상인들은 그를 김씨 또는 김씨 아저씨라고 부를 뿐 그의 가족 사항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의 소원이 있다면 / 죽는 날도 상인들의 콜을 받는 것이란다”
그렇지요, 택배일 하는 사람에게 콜 받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게 밥줄이니까요.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냥 한 곳에 오래 살면 그곳이 자기 고향이지 하며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씨 아저씨.
“<친절 신속 정확> 좌우명으로 / 그는 상인들의 콜을 지금도 받고 있다”
김씨 아저씨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시행입니다. 친절, 신속, 정확. 택배기사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덕목.
이 셋을 잃지 않는 한 택배 콜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김씨 아저씨의 이마에 시름의 주름도 없어질 터.
“당신을
콜 해주는 이가 있습니까?”
마지막 시행이 읽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합니다. 단순히 택배일 하는 시장통 한 아저씨 이야긴 줄 알았는데 독자에게 묻습니다. 이제 우리는 압니다. 우리 삶에서 누군가 필요해서 불러줄 사람 있는지 가만 생각해 보라는 시임을.
한때 같은 학교 근무했던 많은 동료 교사가 학교 퇴직했습니다. 퇴직하면 그때 그 선생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지요.
‘제자들이 자주 많이 찾아오는가.’ ‘후배 교사들이 짬짬이 불러내는가.’ ‘이웃에서 ‘선생님!’ 하며 자문을 구하는가.’
제 아는 어떤 선생님은 제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또 어떤 선생님은 후배 교사들의 전화를 받고 나가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다고 하며, 다른 선생님은 귀촌한 마을에서 이장 출마 제의도 받았다는데...
저도 이런 콜을 바라고 있건만 언제 올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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