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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연못 Jul 27. 2021

아가야, 마지막 한 고개를 넘으렴

13년째 아이를 기다린다는 것



prologue



그러게.. 사람이 다 가질 순 없다니까?



분명 위로의 말인 것을 안다.

'너는 많이 가졌으니 아이 정도는 없어도 된다'는 말로 해석하는 나의 꼬인 마음이 문제일 뿐.


2009년 9월에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으니 햇수로 13년 차.

마지막 한 고개를 넘어 내 품으로 오게 될 아가를 기다리,


나는 현재 진행형 '난임'이다.






십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기대하고, 설레고, 슬퍼하고, 다짐했다.

'선의'로 무장한 나의 이웃들은 수 없이 많은 민간처방과 조언을 건넸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대구로,

그리고 다시 서울로 오는 동안 몸도 마음도 벌벌 떨리던 시간들.

 

나에게 아이를 점지해 줄 '삼신할미'를 찾아다니는 십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와 3cm가 채 안 되는 작은 난소는 지쳐버렸다.


 




아무리 두툼한 뱃살일지라도 한 주기에 몇십 번을 쿡 찔러 넣는 주사 바늘은 벌벌 떨리게 마련이다.

그런 나에게 더 이상 주사 처방이 내려오지 않게 된 지금.


근종으로 인한 생리통에 몸부림치며 왜 하필 여자로 태어났을까 원망하고 절망하던 이삼십 대의 나.

그런 나에게 생리 시작만이 소원이 되어버린 지금.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운동습관과 영양제를 점검하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선고했다.



연못님은 현재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여우와 신포도의 심정으로

'괜찮아, 덕분에 우리는 여유로운 주말을 누릴 수 있잖아' 최면을 걸어 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온 가족이 내 눈치를 보느라  언니의 셋째 임신 소식을 알리지 못하다,

결국 칠순의 아버지가 목이 메인채 소식을 전하시며 우시던 그런 순간들.


아버지, 귀한 아이를 품은 언니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전 괜찮으니 온 가족이 마음껏 축복해주세요


담담한 척 애써 웃으며 위로를 건네다 거울에 비친 초라한 표정과 마주치던 그런 순간들.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는 호흡을 한 번 길게 내쉬고,


길을 걷거나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토닥토닥, 마음아 괜찮아' 하고 나를 위로한다.






마흔세 살.

눈치도 염치도 없이 무려 네 번째 난임 휴직을 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롯이 내 몸에 집중하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무엇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자꾸만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그러다 브런치를 즐겨 읽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글로서 전하는 응원을 보며

흔들리는 오늘을 견디어 낼 힘을 얻습니다.


꼭 난임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손톱 밑의 가시가 있습니다.


내 손톱 밑의 가시로 마음이 아픈 날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이 흔들리는 날


내가 나에게 최선의 방법으로 전하던

'마음 토닥임'을 다른 분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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