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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Aug 21. 2023

꽤 괜찮은 인간으로 성장한 ISTJ

이 정도면 준수하잖아

ISTJ

내향형

개인주의

남들에게 무관심

차갑고 냉정한 성격

주변인을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편


사람 좋다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자라왔다. 남들에게 주로 무관심했고, 남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는 주의로 살아왔다.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정직한 사람. 그게 다였다.


남들에게 무관심했던 나는 모르는 타인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무심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런 내 모습에 불만을 갖고 곁을 떠난 이들도 많았다. 변명은 하지 않았다. 주변인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관심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태어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살아온 내가 40대가 되었다.
타인에 대한 불편함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그야말로 <무심한 인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가득 채우는 타인에 대한 불편함과 타인에 대한 혐오. 말로 사람을 괴롭히고, 갑질로 사람을 죽이며, 표독한 눈으로 타인을 관찰하며 크게 불편해한다. 면전에서, 전화로, 문자로, 온갖 메신저로 타인에게 독한 말을 퍼붓고, 다수가 한 명을 표적 삼아 헐뜯고 비난하며, 자신의 아이를 돌봐주는 선생님에게 악다구니를 써대고, 카페에서나 마트에서나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CCTV처럼 관찰하고 온라인에서 맹렬하게 비난하고 물어뜯는다. 타인을 향한 그릇된 반감으로 일어나서는 안될 범죄까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지금의 시대.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무심한 인간>인 나는 외부를 향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타인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남에게 불편을 주고 있지는 않는지를 주로 점검한다. 다소 불편한 경험을 했을 때,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 잘잘못을 따지고 언성을 높이며 윗사람 불러내 재발방지와 보상을 요구하고 기어이 사과를 받아내고야 마는 그런 에너지는 나에게 없다. 따라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마트에서, 계곡에서, 누가 동영상을 크게 듣건 통화를 목청껏 하건 새치기를 하건 볼썽사나워하며 여기저기 불편함을 토로하는 일도 없고, 몹시 불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도 직원을 바닥까지 끌어내려 분풀이를 하는 일도 없다.


프로 불편러라는 표현이 이토록 걸맞은 시대가 또 있을까. 밖을 향하는 눈을 내면으로 돌리면 조금 더 세상이 조용해질 텐데.


정 없고 무심하기 그지 없어 좋은 딸도 되지 못하고 좋은 며느리도 되지 못하며 친구도 많지 않지만, <무심한 인간>인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꽤 괜찮은 인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불편함이 만연한 이 시대에 이 정도면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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