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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햇살 Dec 16. 2023

한 사람의 마지막 인생


어르신이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긴 인생의 터널을 지나 마지막 천국으로 입성하였다. 마지막 느린 호흡을 하였다. 코끝에서의 들숨과 날숨이  끝나고, 사위는 조용해졌다. 침묵을 뚫고 공기 중에 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삶의 일생 일대기가 영화 속 엔딩의 자막처럼 마쳐지고 있다. 통곡의 소리가 온 공기를 집어삼킨다. 그녀는 어떤 삶은 살았는가?


열일곱 살에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증조할아버지와 시부모와 시동생, 시누이들의 대 식구를 그녀의 손으로 일궈왔다. 그녀의 손은 거북 등껍질 같다. 두텁고 큰 힘을 가지고, 온 집안의 일들을 해왔으리라.


처음으로 기독교를 접한 그날을 잊지 못한다. 설렘과 기쁨이 조화되어 거리를 날아갈 듯하다. 살아온 생에서 못 본 세계가 그녀에게 열렸다. 단순하게 믿고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제일 처음 순종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세상이 아름다웠다. 날아가는 새소리와 흙먼지 일으키는 신작로에서도 즐거웠었다.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 늦은 밤에 불을 켠다. 검정색 표지가 덮인 세로로 쓴 성경 책을 연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읽는 그녀의 창문 밖은 벌써 어슴푸레 새벽이 오고 있었다.


그녀는 주일이면 온 동네 아이들을 손잡고 예배당으로 갔다.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찬양이 공기 중에 크게 울러 퍼진다. 가마솥 가득 찐 옥수수를 큰 양동이를 머리에 올리고, 바삐 교회로 향했다. 그녀가 준비한 아이들 간식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 한 개씩을 입에 물고 웃는 아이들의 표정은 추억의 한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늘 새벽마다 예배하며 무릎으로 기도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논두렁의 이름모들 들꽃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정겹다. 그녀의 헌신과 사랑 가득한 마음들이 자녀들과 손자, 손녀의 인생이 신의 축복으로 이른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성경 책이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진리의 말씀을 읽으며, 신과의 대화를 쉬지 않고 했다. 모든 자녀와 자손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대면하고 마지막 신이 부르시는 하늘나라를 가셨다.


그녀가 가장 많이 읽고 닳아지고, 본래의 두께보다 서너 배 부풀어진 손때 묻은 성경 책만 고이고이 남아 영정 앞을 가장 빛나게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태어나서 지나가고 끝을 맺는다. 누구도 마지막 길은 혼자 걸어가야 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랍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신을 믿는 그녀에게는 


마지막까지 

동행해 준 신이  있어

험난한 인생길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로 마침표를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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