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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부신 햇살 Dec 26. 2023

낯선 슬픔 속으로

분주함이 가득한 거리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밀려든다. 하루가 또 시작된다.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어르신 입소에 대한 떨리는 목소리가 수화기에 전해진다.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늙은 부모를 모셨지만, 깊어지는 치매를 감당할 길이 없다고 울먹인다.


인간이 문명의 발달로 오래 사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노후의 시간과 자금, 질병의 고통들을 생각해 본다. 마지막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빈약한 체구와 주름지고 동그란 얼굴의 어르신이 요양원에 오셨다. 잔뜩 움츠려 든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녀는 함께 온 자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자녀의 눈동자에도 슬픔이 가득하다. 헤어져야 하는 낯선 슬픔 속으로 먹먹함이 온 공기 중을 훑고 지나간다.


한 번은 겪고 지나가는 현상을 받아들이기에는 가슴과 눈물이 먼저 반응한다. 그들은 부둥켜 앉아 한참을 울었다. 자식은 어머니를 끝까지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어르신은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지내야 하는 두려움이 있다.


입소에 대한 절차 서류를 작성한다. 어르신의 필요한 옷가지와 품목들을 체크하고 처방전에 따른 약과 질병의 상태를 확인한다. 자녀들은 요양원의 시설 규칙과 면회, 외박 신청 등을 물어본다. 친절하게 모든 궁금한 사항을 이야기해 준다.


휠체어에 앉으신 그녀는 어깨가 축 늘어졌다. 자녀는 어머니에게 "엄마 자주 찾아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눈물을 닦으며 헤어진다. 남아 있는 그녀는 층으로 안내되고 자신이 지낼 침실과 생활공간을 둘러본다.


새로운 어르신이 들어오니 생활실 어르신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환하게 부서지는 그들의 미소가 그녀에게 안심을 부여한다. 노래 부르기 프로그램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멋지게 가요를 불러서 어르신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 요양원에 가수가 왔어."라는 칭찬이 귓전에 맴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도 잘 적응해 나가며 안정을 찾으신다. 자녀들도 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요양원에 감사함을 표현한다. 그녀는 요양원이 이생에서 거주하는 마지막 공간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잘 지내다가 신이 부르시는 날에 하늘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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