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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Dec 08. 2023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이 책은 작년에 추천받은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사실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보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책을 빌렸다.

작가는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날마다 만나는 어린이를 보고 세밀화를 그리 듯 어린이에 대한 세계를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어린이의 개성은 복잡하게 만들어진다.

어린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과 스스로 구한 것, 타고난 것과 나중에 얻은 것, 인식했거나 모르고 지나간 경험이 뒤섞인 존재다. 어른이 그렇듯이. 어린이에게는 어른들이 환경이고 세계라는 사실”이라는 부분은 더 깊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좋은 어른으로, 할머니로 내 손주들에게 좋은 환경과 세계를 만드는데 한몫할 수 있겠다는 강한 끌림을 받았다. 사실 나도 손주들을 돌보며 역지사지 발상으로 생각해 보니 작가님의 글이 나에게 소중한 교과서처럼 여겨졌다.  


P146  “위로가 됐어요.” 편에서는

손주들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킥보드, 유모차에 3살 손자 손잡고, 6살 손녀도 챙기면서 집에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럴 땐 먼저 유모차를 아파트 공동 현관에 가져다 놓고, 킥보드 들고 손자 손잡으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힘들게 집에 들어간다. 

누군가 들어가는 틈에 현관문이라도 이용하려고 종종걸음으로 뒤 쫓아가지만, 바쁜지 눈치채지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어른을 만날 땐 야속하다. 

하지만 자꾸 뒤돌아보며 할머니와 손자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버튼 눌러주고 기다려주는 어린이도 있다. 이렇게 어린이도 어른에게 호의를 베풀어 줄줄 안다.

그럴 땐 “감사합니다.” 하고 말한다. 어린이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어린이의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안은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참 좋다. 그런 기운이.



P191

“우리가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열을 파악하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써보면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어른스럽게 들리는지 알게 된다.

반말을 쓸 때보다 대화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손주들과 나눈 내 말투나 태도에 대해 곱씹어봤다.

딸이 복직 후 3, 4월 적응기에는 비록 전에 손주들과 자주 만났다 해도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었다. 손녀가 예쁘게 말하지 않으면, 나도 더 세게 말해서 그들을 어른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제압하려고 했다. 결과는 역효과였고 제3 양육자인 할머니를 미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6살 손녀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라 더 예민했다. 엄마의 복직으로 정서적 허기가 생겨 그랬는데 눈치 없는 할머니는 그런 것까지 품어줄 그릇이 못 되었다. 가끔 손녀는 화내고 할머니에게 함부로 한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어른들에게 우리 손녀가 버릇없는 아이로 비칠까 봐 전전긍긍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손녀에게 존댓말은 아닐지라도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면 손주들도 안정감과 평온함을 더 빨리 찾았을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 내 입장을 대치시켜 연습해 봤다. 손주(어린이)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겠다.

손주(어린이)들이 표현한 것만 듣지 않고, 표현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겠다고.

손주(어린이)들이 말에 담지 못한 감정과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할머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다짐하니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손녀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예쁘게만 보였고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누군가를, 어린이를 바라보는 마음, 특히 손주들에게 하는 어른들의 말투만 바꿔도 제일 먼저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듣는 손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P176

김 소영 작가는 독서교실에서 마주할 어린이를 위해 양육 서를 읽는다고 한다. 

"내가 어린이에게 옳지 않은 사인을 주면 어떡하나. 

내가 어린이들의 발달단계를 잘 몰라서 실수하면 어떡하나, 혹시라도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었다."라고 한다.

나도 손주 돌보면서 작가님과 똑같은 심정이었다.

이미 두 딸을 키운 할머니지만 많은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손주들과 함께하면서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참고 동영상과 글을 찾았다. 좋은 자료는 딸, 사위와도 공유했다. 어떻게 하면 손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감정 코칭에 관한 강연을 듣고, 손 자녀 양육에 대한 상담을 신청했다.



딸이 복직 후 엄마의 부재로 손주들은 정서적 허기와 불안감에 힘들어했다, 손주들이 힘드니 할머니한테 그 힘든 감정을 다 쏟아부은 느낌이었다. 글쓰기도 연습이 필요하듯이 어떤 상황에서도 할머니니까 아니 손주들, 어린이들은 소중한 존재니까 보듬고 함께 커가도록 인내하고 기다리자.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고 어린이는 사랑과 존중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결국 어린이가 커서 어른이 되니까. 어린이 시절이 없는 어른은 없으니까. 그러면 우리 사회도, 세계도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어리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존중해 주었을 때, 어른이 만들어준 환경 속에서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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