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완자탕

봄의 전령

by 정미선

양지바른 곳에서는 벌써 쑥이 고개를 내밉니다. 한파와 폭설에 멀게만 느껴지던 봄이 어느덧 낮 기온이 10도를 넘습니다. 봄기운을 이기지 못한 쑥은 기어이 고개를 내밉니다. 쑥은 봄의 전령사. 아직은 칼바람이 남아있는 늦겨울 언저리에 봄이라며 맨 먼저 고개를 내밀어주는 것이 쑥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땅속에서 인내하며 땅의 정기를 받은 쑥이 보약임은 지당한 일이겠지요. 한방에서 쑥은 쓰고 매우며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로 불립니다. 그래서 냉기로 인한 복통, 여성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알칼리성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몸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혈액 내 노폐물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며,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혈액순환과 혈관에 좋으니 고혈압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풍부한 비타민 함유, 변비 개선, 점막 보호, 살균작용에 노화 방지 기능까지 있다니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불로초가 지천에 널린 쑥은 아니었을까요? 가까운 곳에 있는 보석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어린 쑥은 부드러워 여러 가지 요리로 봄의 입맛을 돋우어 줍니다. 오래 두어도 굳지 않는 찰 쑥떡을 조청이나 꿀에 찍어 먹으면 쑥 향과 어우러지는 단맛이 그만입니다. 쑥 부침개도 향긋하게 입맛을 돋우어 주지만, 어린 쑥을 넣어 끓인 된장국은 나른한 입맛을 살아나게 해 줍니다. 된장국물에 시금치를 넣으면 달큼한 된장국이 되고, 배추를 넣으면 담백한 된장국이 되고, 감자를 넣으면 포만감을 주는 구수한 된장국이 됩니다. 된장의 색과 향기가 과하지 않아서 여느 채소와도 잘 어울리는 것일까요? 그중에서도 쑥이 된장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겠지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쑥 된장국을 끓여 먹고 싶은데 쑥 향은 가족 중 저만 좋아합니다. 쑥 향을 싫어하는 가족도 먹을 수 있는 쑥 요리를 발견했습니다. 쑥 완자탕.


준비물은 다진 소고기, 두부, 쑥, 달걀, 썰은 흰 파, 다진 마늘, 참기름, 소금, 후추, 밀가루입니다. 봄이 되면 산, 들판에 가면 널려있는 것이 쑥입니다. 동네 산책길 깨끗한 곳에서 쑥 한 줌 뜯어도 되고, 노점에서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을 거친 쑥을 사와도 됩니다. 준비한 쑥을 깨끗이 씻어 손질한 후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칩니다. 데친 후 차가운 물에 여러 번 씻어 물기를 빼서 잘게 다져 줍니다. 두부는 칼 옆면을 사용하여 으깨 준 다음, 면포에 두부를 넣고 꼭 짜 주어야 하는데 면포가 없으면 손으로 꾹 짜주는 정도로 짜 주어도 괜찮습니다. 다진 소고기, 두부, 쑥, 다진 흰 파,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 후추, 달걀노른자를 넣고 잘 섞어 만든 반죽으로 완자를 빚어 줍니다. 둥글게 빚은 완자에 밀가루를 입힌 후 달걀흰자를 겉면에 입혀 준비해 둔 육수(다시마, 멸치 이용)에 넣습니다. 팔팔 끓는 육수에 완자를 넣으니 겉면에 묻혔던 달걀흰자가 그대로 굳어 투명하게 초록을 품고 있습니다. 요리가 완성되기 전 남은 쑥을 육수에 넣고 끓여주면 끝입니다. 쑥을 싫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완자 속에만 쑥을 넣어 감추고 국물에는 넣지 않습니다. 맑은 육수 속에 둥둥 떠 있는 완자는 봄을 우아하게 품고 있습니다. 맑고 정갈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됩니다. 가족들은 쑥을 싫어한다는 것 자체를 잊은 듯 맛나게 먹습니다.


요리는 예술이고, 과학이고, 마술입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존재를 보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결국은 어디엔가 남아있는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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