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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May 15. 2021

머니게임으로 배우는 한국 사회

한국이 가고 있는 정말 잘못된 방향

요즘 미디어 매체가 티비에서 유튜브로 넘어가는 만큼, 정말 좋은 퀄리티의 유튜브 콘텐츠들이 많다. 예전에는 브이로그나 지식/재능 공유, 혹은 먹방 같은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기업의 후원까지 받아서 거의 공중파 예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시리즈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얼마 전 대 히트를 쳤던 가짜 사나이, 그리고 지금 2021년 5월 기준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머니게임이 있겠다.


네이버 웹툰 원작의 유튜브 콘텐츠 머니게임, 출처: 진용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IG4gr_wIy5CIlcFciUbIQw)


위의 썸네일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정말 자극적인 콘텐츠이다. 이 글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콘텐츠의 중요한 정보들은 제외하고 글을 적어 보자면, 나는 이 웹툰을 다는 아니지만 앞의 일부분을 보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서 머니게임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스트리머나, 아프리카 티비 BJ들이 주를 이루었고, 총 8명의 참가자 중에 남녀의 성비는 정확히 4:4였다. 모든 참가자는 한 세트장에서 14일 동안 생활을 하며, 의식주 등 모든 행위는 안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한 행위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물가의 100배가 적용된다.


생활복 하나만 지급이 되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세트장에서 14일을 버텨야 한다는 룰부터 이 게임은 굉장히 자극적일 것이라는 냄새를 풀풀 풍긴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대로 첫 몇 화 동안은 정말로 자극적이고, 어떻게 보면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서로를 믿고 배신하고, 약해 보이면 무시하고, 뒤에서 남들 몰래 돈을 쓰고 - 이렇게만 보면 하나같이 정상인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모두 순수히 돈을 벌기 위해 출현했기 때문에 사실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뭐, 하트 시그널처럼 연인을 찾으러 나온 게 아니라 끝까지 남아서 상금을 타가는 게임이니까 말이다.


네이버 웹툰 원작의 유튜브 콘텐츠 머니게임, 출처: 진용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IG4gr_wIy5CIlcFciUbIQw)


그렇게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어느 정도 자극적이고, 적당히 선을 지켰다면 괜찮았을 텐데, 문제는 5화에서 발생한다 (위에 언급했듯이, 스포를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간략하게 적어야 하기에 작은 스포조차 용납이 안되시는 분들은 여기서 멈추는 걸 추천드린다). 대충 5화를 정리해보자면, 한 남자 참가자 (남 A라 하겠다)가 남들 몰래 게임의 정보를 알아내느라 많은 돈을 쓰게 되었고, 그 정보는 입소 8일 후부터 투표로 사람들을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정보를 이용해서 자신 포함 총 3명 (남 A, 남 B, 여 A)의 팀을 꾸린 다음, 팀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을 탈락시킬 계획을 짜게 되지만 여 A 참가자를 팀원으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팀의 성비 (남 2, 여 1)가 맞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 여 A가 결국에는 모든 참가자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게 된다.


남녀 갈등은 한국에서 국룰인가


첫 번째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이 비밀이 폭로되자마자 이상하게 여자 4 vs 남자 4 구도가 형성이 되었다. 물론 위의 요약글에는 당연히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남녀가 편을 가르는 구도가 왜 형성이 되었는지, 아니 왜 그래야만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남 A가 남들 몰래 뒤에서 한 짓을 알게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던지, 화를 내던지 하면 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남자 4 vs 여자 4명이 다른 방에 모여 회의를 시작한다. 딱 한 템포 정도만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8명 중에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여기서부터 남녀가 편을 가르지는 않지 않았을까.


그렇게 남자 4 & 여자 4 따로 회의를 마친 후에 8 모두  곳에 모이게 된다. 이미 어떠한 이유에서건 남자 vs 여자의 구도가 되어버렸고, 그러면서 여자 참가자 모두가  A에게 자진 퇴소하라고 따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따지는  이해는 가지만 개인적으로  A '게임' 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하다가 들킨 것인데 (엄밀히 따지면 다른 참가자의 폭로로 인해) 다른 사람이 퇴소를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정에서  B  A 대신해서 어떻게든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 머니게임을 보면 알겠지만,  B 상당히 이성적이고 침착하다. 여기서 아마 남자 vs 여자의 구도가  것을 작에 눈치채고  A 퇴소를 하게 된다면, 자기가 탈락하는  시간문제임을 깨닫고 계속 진정시키려고 하는  같다 -  A 포함, 다른 여자 참가자들의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A  B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남자들도 참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같이 욕설을 퍼부으며 5화가 끝이 난다.


이성과 감성, 남자와 여자


머니게임을 안 보신 분들에게 맥락을 알려드리기 위해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렇게 5화가 끝난 뒤에 수많은 리뷰 유튜버나 사회 이슈를 다루는 채널이 상당히 비슷한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정적

머니게임은 한국 남녀를 보여주는 축소판


대충은 이런 식의 내용인데,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한국이 굉장히 잘못 가고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은 남자 유튜버들이겠고 어그로를 자극적으로 끌어야 조회수가 올라가고 돈이 되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정말이지 잘못 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댓글들은 이미 거의 전쟁터 수준이며, 대부분은 모든 여자는 이렇다는, 혹은 모든 남자는 저렇다는 등의 일반화식의 싸움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분열의 사회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상하리만치 우리는 계층 (수저론), 성별, 등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이분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분법이 문제가 될까?


우리는 결국 같이 살아간다


한 2년 전쯤 회사에서 We all are working together라는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수많은 인종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있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같이 성장하자는 취지였던 거 같은데, 지금까지 다른 워크숍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워크숍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요즘 많이 하는 MBTI 같이 몇 가지의 카테고리가 있었고, 그거에 따라 개개인이 4가지 색깔 중 하나를 갖게 된다 - 빨강 (직설적 & 의사결정에 탁월), 노랑 (창의력 & 아이디어가 넘침), 초록 (두리뭉실 & 대인관계 원만), 파랑 (분석적 & 통찰력이 좋음). 이게 첫 번째 단계라고 한다면, 두 번째는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같이 일을 할 것이며, 분쟁이 생길 시에는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지 등을 서로 같이 고민해보고 경험담도 공유하며 풀어가는 단계였다. 물론 두 번째 단계가 이 워크숍의 핵심인데, 우리는 결국 같이 살아가고, 같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머니게임 5화에서 보여준 갈등도, 이 워크숍에 적용을 해보면 무엇이 현 한국 사회의 문제인지 파악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참가자들과 시청자들이 하고 있는 건 워크숍의 첫 번째 단계를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적용한 것 밖에 되지가 않는다. 위의 예시들처럼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이성적이고 감정적인지를 굳이 %로 나타낸다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성'의 카테고리에는 남자가 더 많을 것이고, '감정'의 카테고리에는 여자가 더 많을 수 있다. 생물학적이건, 과학적인 이유에서건 설령 정말로 그렇다고 치더라도, 도대체 그것이 왜 남녀를 갈라놓는 기준이 되는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이분법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서로를 더 멀리하게 되고, 오히려 상대방을 더 이해하지 않으려 해진다는 점이다. 다른 것뿐인 것을 틀림으로 인지를 해버려서 아예 벽을 쳐버리는 것, 이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남녀가 색깔의 차이가 있다한들, 그것을 앎으로써 우리는 서로가 다름을 인지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두 번째 단계를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는 결국 같이 살아가야 함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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