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왜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냐 이 인간아
브런치에 업로드한 저번 글이 2022년 4월이니까,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올려보는 백수의 하소연. 저번 글에 언급했듯, 나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정확하게는 스케일업) 규모의 회사로 2022년 6월에 이직을 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말, 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제는 시간이 꾀나 지났고 마음적으로 정리가 되었기에 오랜만에 글로 적어본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2022년 11월 29일에 시작된다. 그 당시에 나는 한국에서 workation을, 그것도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아주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헷갈릴 수 있으므로 암스테르담 시간을 기준으로 적어보겠다.
2022년 11월 29일 오후 5시, CEO로부터 직원 전체에게 한 이메일이 도착한다. 대충 내용은 다음날 (30일) 아침 9시에 필수 미팅이 있으므로, 네덜란드에 거주 중인 사람은 전부 회사로 나올 것. 혹시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zoom 링크도 첨부함.
사실 한국에서 사는 분들에게 이 이메일의 강력함이 어필이 될까 싶은데, 적어도 내가 다녔던 스타트업에서는 하루 마감시간에 다음날 아침 전 직원이 참석해야만 하는 미팅 이메일을, 그것도 CEO가 보내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대부분은 무언가 심각한 일이 오는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 포함 직원들은 조금 심한 수준의 버젯 삭감정도로만 생각했다. 출장 자제 혹은 고용 동결과 같은 그런 것들 말이다.
2022년 11월 30일 오전 9시, 나는 한국에서 화상으로 미팅에 들어갔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에서 미팅에 참석을 했다. 무언가 분주해 보이는 임원들, 한 번도 긴장한 적 없었던 CEO가 굉장히 경직된 얼굴로 미팅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들의 불안감은 현실로 되어 다가왔다.
미안해, 내가 회사 운영을 잘못했어. 전부 한 달 안에 회사를 나가줘야겠어.
거의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했지만 요약하면 저 한 문장이다. 흐느끼는 동료들, 울면서 발표하던 CEO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즈음 나는 그 회사를 다닌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회산데,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는 건 이런 건가 싶었다. 항상 뉴스에서 보던 대규모 구조조정, 그것도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 것은 미디어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닥친 현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회사가 그동안 갖고 있던 투자금을 해고 비용으로 처리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자세히는 말 못 하겠지만, 망한 스타트업치고 그나마 괜찮은 보상을 받고 해고가 되는 조건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2년 12월 31일, 한 달 동안 나는 다시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돌아와서 이것저것 마무리 하고, 법적으로 처리할 것들이 남았는지 정리하고, 낙동강 오리알보다 더했으면 더할, 유럽의 외국인 백수가 된다. 그 뒤로 또 한 달이 흐른 2023년 2월. 그 백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별로 궁금하지 않겠지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