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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Nov 13. 2022

크몽이 디자인 업계를 망치고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디자인 업계의 난제

주변에서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업' 과 '프리랜싱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음식점, 요식업 창업 비율이 굉장히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단순한 예로,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점포 수는 약 1600여개 정도의 점포가 있는데, 이는 1100여개인 영국, 1380여개 정도 되는 캐나다보다도 많은 점포 수이다.


하물며 스타벅스만 해도 이런데 치킨집, 피자집, 족발집 등 엄청난 수의 음식점이 창업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점에 필요한 로고, 간판부터 시작해서 메뉴판, POP, 배너 등을 포함한 어엄~청난 양의 디자인 수요가 생겼고,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디자인 인력 과잉 공급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어느정도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 디자이너 인력의 공급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크몽'과 '숨고' 같은 플랫폼들도 생겨났다.


참고하면 좋은 지난 번 이야기


그래서,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인하우스나 에이전시를 제외하고도 이런 소소한 일거리(?)를 부업삼아 소득증대를 꾀하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실제로 이런 디자인 대행 플랫폼을 들어가 보면, POP는 만원부터 시작해서 간판을 10만원에 디자인 해준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로고는 5만원부터, 패키지 디자인은 10만원에도 단상자 디자인을 해드린다고 광고하는 계정들이 있는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다.


내가 만일, 은퇴 후 음식점을 차리려는 50~60대라고 생각해보면, 창업은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억단위까지 들어갈 수 있는 엄연한 '사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프로젝트로 보아야만 한다. 그렇게 중요한 프로젝트의 메인이 되는 '브랜드'와 '브랜드 이미지'를 단돈 만원주고 만들다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브랜드에 진심이지 않으니,

성공할 확률도 낮아질 수 밖에


다양한 업종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느낀 것중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일단,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성장하면 그때 제대로 리브랜딩이나 리뉴얼해서 브랜딩 영역도 신경쓸 것이다.' 라고 말하는 오너들의 태도이다. 이런 태도가 조금이라도 보일 때, 나는 같이 일할 생각을 조용히 접거나 내가 정말 진심으로 조언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종종 쓴소리를 하곤 한다. 그 대사의 시작은 주로 '당신이 봤을때도 '일단, 이정도' 수준이라고 얘기하면서 소비자들이 당신의 브랜드를 왜 소비하겠습니까?' 이다.


그냥 솔직히 '조삼모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조삼모사보다도 더 바보같은 짓이다. 예산이 부족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 예산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여 왜 본인의 프로젝트 자체의 가치를 낮춰버리려는 행동을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브랜드'란 것은, 소비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나의 재화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도구이다.


대기업이 만원짜리 로고로 신생브랜드를 런칭하는 경우를 본 적 있는가? 아마 생소할 것이며, 있다고 해도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일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은 이미 디자인,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을테니 더욱 더 넌센스한 이야기일 수 있다. 디자인 담당 부서가 없는 경우에는 상위부서가 에이전시를 매니징하여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브랜드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대기업이 바보이거나, 혹은 그저 돈이 많아서 이렇게 큰 대행비용을 지불하는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들은 100억 200억짜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으로 생기는 리스크를 몇 천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니,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를 이용하는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경우, 에이전시를 모두 컨트롤하기는 어려우니 자체 부서를 꾸려서 팀을 운영하는 '인하우스' 형태로 운영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반대로 중소 브랜드나 5인미만 사업장, 개인 음식점 등 예산 규모가 비교적 적은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메이저 에이전시에 수천만원을 주고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운영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이 경우도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염두한 브랜드나, 타겟을 정확히 공략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경우는 수천만원까지는 아니어도 천만원 대의 고예산 브랜딩 프로젝트 의뢰를 진행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인테리어는 평당 2~300만원씩 들여가며 엄청난 비용을 쓰지만, 브랜딩 프로젝트에는 왜 이렇게 박한 것일까. 브랜드 설계가 탄탄하고, 기반이 잘 다져진 채로 출발하는 브랜드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객관적인 결과로 보았을 때에도 대체적으로 롱런하는 경우가 많다.


크몽에 올라와있는 여러가지 전문 서비스들을 보면, '대기업 디자인 팀장 출신', '모 유명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들을 볼 수 있는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커리어가 그렇게 화려하신 분들이 왜, 여기서 그 비용 받으면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나요?"

아마,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상품화'해서 박리다매를 꾀하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디자인할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라기보단 '일을 쳐낸다.' 라고 생각하며 일을 할 것이다. 마치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을 숙제하듯이 툭 툭 쳐내는 것 말이다. 과연 이 사람들은 자신의 회사에서도 본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아마 적당히 타협하고 퇴근한 뒤,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디자인, 브랜드가 과연 클라이언트의 스피릿을 온전히 담고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디자인 업계가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사람들이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크몽이라는 플랫폼은 초보, 예비 디자이너가 본인의 디자인을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더 나은 커리어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업계가 얼어붙게 되면 고경력의 디자이너들이 염가에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니, 그러면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어디서 이런 작업을 진행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크몽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한다. 동네 음식점에 가서 호텔급 요리를 요구하는 '손놈'이 잘못한 것이지, 호텔 주방장이 동네에 작은 음식점을 차려서 많은 손님을 받는 것이 잘못은 아니니까. 5만원짜리 디자인은 그 이유가 있고, 천만원짜리 디자인은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디자인에 대해 그저 '그림 그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이상, 이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은 있다. 각자의 저작물과 크리에이티브 웍에 대하여, 가치를 절하하지 않는 것. 내가 아무리 배가고파 죽을것 같은 상황에서도 '나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이정도 금액을 받아야 한다.' 라는 굳건한 주관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항상 말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을 한다면, 당장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봐라' 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는 것이다. 디자인 업계를 치킨게임으로 만들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돈을 좇고 싶다면 과감히 다른 일을 찾아 보라.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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