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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화 Aug 08. 2022

훌륭한 디자이너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일 잘하는 디자이너의 기준

디자이너 직군 채용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소통' 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제로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곳의 인재상 등을 들여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원활한 소통능력, 유연한 사고 등이 써져있는 곳이 많다.


그럼 디자이너는 무엇을 어떻게, 일하는 직업이길래 '소통'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소통에 관한 작은 개인적 예시


실제로 나는 디자이너로써 브랜드 매니징 프로세스 중, 몇 명의 스테이크홀더와 실무자들과의 컨퍼런스를 가지게 되었다. 매스 프로덕션을 위한 MOQ가 10K로 지정되어있는 제품에 대해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을 아젠다로 진행되었는데, 화장품 캡 사출 과정 중, 기존 몰드에서 불량 이슈가 발생하여 일정이 딜레이 될 수도 있는 건에 대해 보고했다.


위와 같은 문장은 디자이너들끼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쓰는 전문 용어와 비즈니스에서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크홀더', '아젠다' 등 영어에서 파생된 단어들로 구성이 되어있기때문에 우리 회사의 대표와, 클라이언트 측의 실무담당자, 화장품 제조회사의 생산 담당자, 거기에 인쇄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인쇄소 사장님까지도 공유가 되어야 하는 안건이라면 저 문장으로 모두를 이해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문장을 이렇게 바꿔본다면,


실제로 나는 디자이너로써 브랜드 운영 중, 프로젝트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들과 실무 담당자들간의 회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대량 생산을 위한 최소 수량이 1만개로 지정되어있는 제품에 대해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화장품 캡 생산 과정에서 캡을 만드는 금형의 불량이 발견되어 생산 일정이 뒤로 밀릴 수도 있는 건에 대해 보고했다.


위와 같은 문장에서 금형에 대한 내용만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준다면, 중·고등학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누구에게 내용을 건네더라도 크게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록이 되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써의 전문성을 어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요즘같은 자기PR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어필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고, 일을 잘 해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 이면에는 어쩌면, 디자인이 매출·성과 등 명확한 지표로 평가할 수 없는 분야라는 씁쓸한 현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소위 '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현학적(衒學的)이다 라고 표현하는데 사전적 의미에서 '현학적인' 이라는 뜻은 '학식이 있음을 자랑하는 것.' 이라고 한다.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하게된 계기  


나는 약 5~6년 전, 전문대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에 비해 학구열이 많이 높았다. 재수를 포기하고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를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내심 마음 속에서는 난 '얘네들과는 수준이 다른데..' 라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있었다. 적어도 이 집단에서만큼은 남들보다 더 배우고 싶었고, 뽐내고, 인정받고 싶었다.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인 트렌드, 프로그램 지식 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나는 '현학적'인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사회로 나오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과거의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보다 오래 공부한 사람,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사람, 실제로 잘하는 사람 등 나보다 우월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뽐내는데 급급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활발한 소통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한다는 것이었다. 상대방과 활발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아야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해야 하고, 열린 마음이 있어야 했는데, 과거의 나와는 정반대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동안 '사람들의 지식이 부족해서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내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얻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하게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디자이너에게 '소통'이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디자이너가 각기 다른 서로의 언어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로써 존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소통하며 성장한다. 브랜드의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디자이너가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것을 왜곡되어 전달할 가능성이 크고,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제대로된 메시지를 품고 있지 않은 브랜드는 줏대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고 여기저기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브랜딩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견해이다.


또 다른 방면으로, 회사는 디자이너를 매개체로 제조업자와 소통한다. 패키지와 후가공 방식, 용기 사양이나 컬러 등 흔히 CMF*(color, material, finishing)의 결정은 디자이너를 동반한 회사가 제조업자와 협력하는 경우가 거의 전부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담당자가 있다면 회사의 의도, 제조사의 의도를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 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그림은 못그려도 '소통 능력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를 많이 채용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이는 회사 부서 내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한다. 소통이 잘되는 팀장급 디자이너는 마케팅이나 영업 부서의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하며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 마케팅, 영업 부서 간의 마찰을 조율해 주고 방향에 대해 제언해 줄 수도 있으며 셋 다 윈윈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통을 나아갈 수도 있지만, 만약 커뮤니케이션에 능하지 않은 인재가 팀장급 자리에 꿰차있다면 그 디자인팀은 매일 마케팅과 영업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에 시달리며 매일 밤을 새고 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다음 글은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노력하는 작은 행동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비록 큰 도움이 되진 못하겠지만, 나는 이러한 작은 행동들을 실천함으로써 나중에 일어날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말이 잘통한다는 평판을 받기도 했다. 이것 물론 개인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얘기일 수도, 혹은 말도 안되는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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