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열 번 일할 거리를 한 번으로 만들기
지난 글에서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소통능력을 중요시 하는 이유와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게 되었던 계기,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전환점을 갖게 된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이번에는 내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꾸준히 상기시키며 행동했던 아주 작은 몇 가지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글로 읽을때는 '당연한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 내의 모든 직장동료들과 소통할 때에 내가 말하는 행동들을 항상 실천하는 것은 꽤나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은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매일 루틴처럼 생활화 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아래의 행동들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소통에 대해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진 않을까.
이 말은 결코 직장 동료가 초등학생만큼이나 이해력이 딸린다는 뜻이 아니다. 전 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어려운 업계 전문 용어도 같은 직종의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최대한 쉽게 풀어서 소통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 협조를 요청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방법은 오로지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작성하는 방법이며, 그 대상이 누구나 읽어도 반 이상은 이해할 수 있게 생각하면서 소통하는 방법이다.
안건이나 회의록, 결정된 사안등에 대해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작성된 문서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어져 불필요한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풀이하는 과정에서 나의 주관적인 견해 또는 실제 내용에 대해 다른 의미로 풀어서 사용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여러명이 진행하는 회의나 프로젝트에서, 때때로 결정된 사안이 모호하거나 대표급 인사의 결정이 재차 고려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나의 주관적인 견해나 잘못된 용어로 풀이하는 경우, 최종 선택자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있으니 최대한 팩트 기반으로 풀어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가로, 여기서 글을 작성할 때 중요한 점 하나는 문장을 쪼개고 단락을 나누는 방법이다. 시각디자인, 편집디자인에서도 쓰이는 방식이기도 한데, 본래 사람이 문장이 길어지고 단락이 두꺼워지면 읽을 때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디자인 분야에선 1픽셀의 자간, 행간도 중요하지만 전체 문장이나 단락을 얼마나 잘 쪼개고 나누느냐에 따라 읽는이의 피로감을 덜어줄 수가 있는 것이다.
문장은 되도록이면 짧게 쓰는 것이 좋으나, 너무 짧은 반복 구조를 갖지 않도록 하는것이 좋다. 단락을 나눌 때에는 주로 다른 화제, 안건으로 바뀌거나 앞에 말한 내용의 부연설명을 진행할 때에 나눠주는 것이 좋다.
우리는 가끔 애인에게 감정에 치우져 장문의 카톡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는데, 이때도 단락을 나눈 메시지는 단락을 나누지 않은 메시지 보다 읽는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다음은 메일, 메신저, 그룹웨어 게시판 등을 사용할 때에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작성한 글에 누구를 향한 글인지, 누가 담당해야 할 업무인지를 골뱅이(@) 를 써서 표현하면 훨씬 대상을 명확하게 특정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가령, "OOOO작업이 필요합니다. OOO님께서 OO까지 해주세요." 보다 "@OOO님, OO까지 OOOO작업 요청 드리고자 합니다." 가 더 명확하게 알아듣기 편한 일련의 예시이다. 생각보다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메일 예절이나 업무 시 글을 작성하는 필력이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업무를 명확하게 나누고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다음은 참조(CC)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가끔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참조를 머뭇거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조를 많이 건다고 상사가 지적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단 한번도 없던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전제를 무조건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바로 '나는 모든 부서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 라는 전제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이 많아지면 1:1로 주고받은 메일도 때론 업무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 회계팀과 예산에 관해서 잠깐 주고받은 짧은 메일이 마케팅 부서 측에서는 캠페인 방향을 조정해야 할 정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갔다간 자칫 타 부서간 추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여러명이 일하는 회사인 만큼 사소한 내용이라도 공유가 되어 모두의 머리가 하나로 결속되어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스타트업이라면 이러한 정보의 공유는 더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각각의 인원이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이 이뤄지는 것보다 모든 재무적, 환경적 요소들을 다같이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메신저나 메일에 참조를 걸어서 모두가 알 수 있게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방면에서 약간 이기적인(?) 마인드일 수도 있겠지만, 모두에게 참조를 걸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안 본 사람이 잘못이기 때문에 중대한 업무적 책임이 발생했을 때도 어느정도 책임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내용을 더 짧게 요약하자면 '잘 풀어서 얘기하기'와 '모두에게 알리기' 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회사'라는 조직을 잘 이해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메일을 쓰고, 전화하고, 팀원들 간 피드백등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 위의 두 가지 행동이 굉장히 어렵게 다가오는 순간들은 오기 마련이다. 나도 매번 누군가를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행동하기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내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습관처럼 몸에 배이게 하려고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작은 실천들 중 하나이다.
요즘 'MZ세대'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는 밥도 혼자 먹는것이 편하고, 의미없는 회식에 구태여 참여할 필요성도 못느끼거니와, 지정된 시간 외에 눈치보며 야근을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 때도 있었다.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지, 상사 비위 맞춰주며 같이 밥먹고 회식하고 왜 그래야 하는걸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명이 모여 하나의 값진 결과물을 낸다는 점에서 회사는 사이가 안좋은 조직원들보다 끈끈하고 돈독한 팀원들과 함께할 때에 더 높은 성과와 그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팀원과의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상대방 입장에서 조금만 더 배려하는 업무 소통 자세를 갖는다면, 어느샌가 훌륭한 평판과 함께 일잘러 소리를 듣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쓰는 글에 대해 반박하실 경우, 당신의 말이 100% 맞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