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타지마할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또귀 카레? 타지마할? 어느것이 더 유명한가?
어제 밤 버스를 타고 새벽이 되어서야 ‘아그라’에 도착하였다. 바라나시에서 출발하는 아그라행 버스터미널은 우리가 있는 숙소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비교적 먼 거리, 툭툭이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다. 그래도 일행이 생겨 든든하다. 호스텔에서 만난 멕시코인 ‘마르코’는 스페인에서 공부를 마치고 멕시코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는 이미 한달 째 인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갠지스강에서 만난 한국인 ‘레이첼’은 바라나시에 새벽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고 가다 덜컹이는 바퀴소리에 놀란 개한테 물려 한달 째 바라나시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인도의사의 처방에 의하면 광견병주사는 같은 항체를 한달간격으로 2번 맞아야 한다는 것이 그녀가 한달 째 바라나시에 갖혀있는 이유라고 했다. 각자의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덕분에 나는 오늘부터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할 수 있다. 기쁘다.
버스는 마르코와 함께 근처 여행사에서 예약했다. 버스터미널 정보가 있는 종이를 툭툭이 기사에게 보여준다. 버스터미널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자부하던 툭툭이 기사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중간중간 주변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자신의 방향을 확인한다. 마르코는 자신의 스마트폰의 지도로 계속 위치를 확인한다. 결국 왔던 길을 돌아가며 묻고 물어 우리를 간신히 버스 터미널에 내려준다. 예약한 버스를 못 탈까 스릴이 넘친다. 도착한 곳은 버스터미널이라고 하기엔 가건물 하나에 버스 몇 대 서있는 수준이다. 우리가 아는 버스터미널을 생각하면 지나칠 리가 없는데, 툭툭이 기사가 왜 못 찾는지 이해가 된다. 혼자라면 맨붕이었을 상황이, 함께여서 즐거운 경험이 된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외국인이 신기한가보다. 동물원 유명한 ‘아시안 몽키’가 된 기분이다. 난 외국인이 신기해서 모여드는 꼬마들이 더 신기한데. 인도어른들은 그런 꼬마들을 쫓아낸다. 마음속으로 ‘아시안 몽키’의 팬들을 쫓아내지 말라 외쳤지만, 당연히 그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
‘나이트버스로 이동은 평안 하셨는지요?’ 물론 그럴 리 없다. 2층으로 나눠진 버스는 누워서 갈 수 있게 침대칸으로 되어 있다. 런던의 명물 2층버스가 아니라, 일반 고속버스를 가로로 반 나눠 놓은 형태이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비교적 쾌적한 환경이지만 2명이 한 칸을 공유해야한다. 두 사람이 공유하기는 조금 좁은 느낌이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난 마르크와 2층 칸을 공유한다. 누워보니 머리와 발끝이 칸막이에 닿는다. 덜컹대는 버스 안 좁은 칸은 새우잠으로 버티면 된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끊임없는 ‘경적’사랑은 밤낮을 안 가린다. 아니 왜!? 도대체 왜!!!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밤새도록 경적을 울려댄다 말인가? 경적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라도 확인하려는 것인가? ‘빵! 빵! 나 여기 있어~ 주목해줘~!’ 내가 탄 버스가 경적을 울리는 것이니 그들의 외침을 피해갈 수도 없다. 그 소리 또한 우렁차며, 리듬까지 있다. 뛰리띠~ 빠라방~. 대형버스는 밤새 경적을 울리며 달린다.
밤새 경적을 울리며 13시간 이상을 막힘없이 달렸지만, 예상보다 늦게 아그라에 도착한다. 타지마할에서 일출을 볼 계획이었는데, 아쉽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세수도 못한 꼬질꼬질 3인은 목적지인 타지마할로 향한다. 그렇게 아침 일찍 타지마할에 도착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하다. 입장료는 현지인은 40루피(약 720원), 외국인은 1000루피(약 18,000원)이다. 현지인에 비해 턱없이 비싼 입장료 앞에서 인도의 강렬한 태양이 선물해준 외모로 ‘나는 인도인이다’라고 우기고 싶다. 1000루피 체감 물가를 설명하자면, 하루 숙박에 보통 약 300루피, 한 끼 식사는 약 200루피면 충분하다. 이런 인도에서 1000루피라니. 바가지 씌우는게 미안한지 입장료를 내면 생수를 한 병 준다. 생수… 장난하나… 생수는 보통 20루피다. 타지마할 더러워질 지도 모르니 신발싸개도 준다. 없으면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가니 꼭 챙기자. 대신 타지마할 입장권을 버리지 않으면 아그라 시내에 있는 성 ‘아그라 포트’ 입장료를 500루피 할인해 준다고 한다. 그러니 입장권을 버리지 않고 ‘아그라 포트’에 간다면, 반값으로 성에 입장해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타 죽을 수 있으리라.
자 그럼, 타지마할이 어땠냐고? 흠… 오또귀 카레는 더 이상 인도를 대표하지 못한다. 교과서와 TV에서 봤던 타지마할, 그 상징성이 날 압도한다. ‘세상에, 내 눈 앞에 타지마할이 있어!!’ 경이로움에 일어난 나의 닭살들이 깃털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순간 ‘타지마할을 보고 경이롭다 놀라는 건 실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1000년뒤 우리의 후손들이 현재의 고층 건물을 발견하고, ‘아니 어떻게 1000년전 기술로 고층 건물을 지었을까?’라며 놀란다 상상해봐라. 후손들의 감탄에 은근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가? ‘이놈들아 우리도 이정도는 해!’ 무굴제국의 기술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그냥 더럽게 잘 지은 무덤네?’ 이런 표현이 오히려 무굴제국에 예의를 갖추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성에는 놀랄 만 하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건물과 그 건물 벽에 새긴 조각과 문양들. 너무 아름다워 숨조차 쉴 수 없다면, 잠시 그 숨을 멈춰도 좋다. 썰에 의하면 건물이 완공되자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은 다시는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지 못하게 건설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의 오른손을 잘랐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썰이니 믿거나 말거나.
타지마할에서 나오는 길 우리는 빈속을 채울 식당을 찾았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왔다 간 것인가? 식당주인은 ‘김치전, 감자전, 서울’ 등과 같은 단어로 한국 사랑을 표현한다. 물론 나는 인도음식을 택한다. 한국을 사랑하는 식당주인 아저씨의 안내 덕분에 다음 목적지인 ‘자이푸르’로 갈 버스를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기 전 아저씨의 추천으로 툭툭이를 타고 아그라를 조금 더 구 경하기로 하였다. 아저씨의 말로는 아그라 관광의 또 다른 매력은 ‘강 건너 타지마할 구경’이라 한다. 이를 위해 툭툭이를 타고 강을 건넌다. 툭툭이 기사는 버스를 예약한 곳에서 소개해 주었다. 서로 소개에 소개해주는 일종의 인도사슬(?)이다.
툭툭이 기사는 강 건너 한적한 곳에 우리를 내려준다. 입장료 100루피를 더 내면 안쪽으로 가 타지마할이 보이는 곳을 갈 수 있다고 한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또 돈이다. 우리는 굳이 돈을 더 내고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미 건물 안까지 들어 갔다 왔는데, 실랑이 조차 귀찮다. 그러니 저쪽 옆길로 가라고 한다. 그 말인즉, 100루피를 내지 않아도 강 건너에서 타지마할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하시라.
100루피를 벌 수 있는 이 유익한 글을 읽지 못한 한국인을 난 이미 그곳에서 마주쳤다.
“한국인이세요? 돈 내지 말고 저쪽으로 가세요!!”
“이미 냈어요!”
“ㅠ_ㅠ”
그곳에서 마주친 한국인은 나의 도움의 손길이 닿기 전 이미 100루피를 지불하고 말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아직 인도에 가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행운아다. 100루피고 뭐고 여러분은 인도에 아직 안간 그 행운을 계속 유지해 주길 바란다.
강 건너에서 본 타지마할의 매력이라 하면 한눈에 건물 전체를 담을 수 있다는 정도? 이제 지쳤으니, 그만 다음 도시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자.
아 참, 아그라를 떠나기 전 소개해야 할 보물이 또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정말 우연히도 학교 앞을 지난다. 사실 학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었을 뿐이다. 선생님의 손짓에 우리는 그곳으로 들어간다. 간이 책상 위의 책들과 아이들 손에 쥐어진 팬, 간이 학교인 듯하다. ‘아시안 몽키와 일당들’의 방문에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너도 나도 사진을 찍자고 난리다.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행 중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빠져 허우적댄다. 한창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멕시코 친구 마르크가 학교 대장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무언가 심상치 않아 나오는 길에 혹시 돈을 줬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이런, 또 당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마르크가 자원해서 줬다고 한다. 아하! 그렇다면 질 수 없다. 발걸음을 돌려 적지만 소중한 나의 100루피를 기부하고 온다.
자 이제 다음 목적지인 ‘핑크 시티’ 자이푸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