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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 법무사 Mar 06. 2021

“사기당하지 않는 법”


  “얼마나 싹싹하고 잘했는지 몰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나한테 사기를 쳐”


  최근 할머니 세 분이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장을 작성해 달라고 하면서 필자에게 한 말이다. 할머니들의 사연은 이랬다. 50대 초반의 젊은 아줌마가 있었단다. 아줌마는 얼굴도 예쁘고, 말도 싹싹하게 잘하면서 할머니들에게 참 잘했단다. 급하게 쓸데가 있다고 하기에 돈 2,000만 원, 1,500만 원, 3,000만 원씩을 빌려주었는데, 이자는 몇 번 제때에 주었다고 했다.      


  돈을 빌려 간 아줌마가 좀체 연락이 안 돼 수소문해 봤더니 야반도주를 했단다. 처음엔 자기한테만 돈을 빌려 간 줄 알았는데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고 수십 명이나 되었단다.


  이른바 차용 사기를 당한 거다. 차용 사기란 돈을 빌려 가더라도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고 갚지 아니하면 사기가 된다. 하지만 돈을 갚을 의사 유무를 밝히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머릿속 생각까지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용 사기 여부는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돈을 빌려 갈 당시 갚을 능력이 되지 아니함에도 갚겠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 간 후 갚지 못하면 차용 사기가 된다. 

     

  하지만 진짜 사기꾼들은 법망을 용케도 빠져나간다. 사기꾼들이 돈을 빌리는 방식은 이렇다. “서울에 사는 재력가가 내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보더니 일주일 후 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1억 원을 내일 투자금으로 입금을 해야 한다. 그러니 우선 빌려주면 일주일 후 재력가가 투자한 돈으로 바로 갚겠다.”라고 말한다. 틀림없는 서류라고 하면서 직인과 회사명이 찍힌 서류까지 보여준다. 믿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1억 원을 건네받는다. 하지만 1주일 후 1억 원은 돌려받지 못할 게다. 이 경우 사기꾼은 이렇게 변명할 것이다. “투자하기로 한 재력가가 그만 약속을 어겨 나도 부득이하게 갚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재력가는 연락도 안 된다”고 말이다. 결국, 내 잘못이 아니라 투자하기로 약속한 그놈의 재력가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에서는 재력가의 말을 들어봐야 사기꾼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사기꾼은 이미 재력가를 잠적하게 만들어 놓았다. 수사기관에서는 재력가를 불러 조사를 하려고 해도 연락이 안 되니 조사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러한 경우 재력가의 소재발견 때까지 참고인 중지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참고인이라는 용어는 ‘재력가’를 수사기관에서 부르는 용어로 법원에서 사용하는 증인과 같은 용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은 강제소환을 할 수가 없다. 사기꾼들은 이같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사기꾼들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 인상이 좋다. 사기꾼 치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일단 인상이 험악한 사람은 피하기 때문이다. 둘째, 말을 잘한다. 누가 듣더라도 신뢰가 가도록 말을 잘하고 호감이 가도록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들어주기 때문이다. 셋째,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다. 넷째, 적은 돈을 잘 쓰고 인심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첫째, 남의 말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 말을 그럴듯하게 쉽게 하는 사람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야 한다. 

둘째, 돈을 쉽게 벌려는 허황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고수익에 원금 보장해 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사기꾼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고수익에 원금보장까지 되는 사업을 왜 사람들에게 권하겠는가. 그런 사업이라면 쉬쉬하면서 자기만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기꾼들은 돈을 쉽게 벌려면 허황한 욕심을 이용한다. 

셋째, 상대방의 관점에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된다. 나라면 상대방을 위하여 아무런 대가 없이 하겠는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분명 사기 치려고 덤벼드는 것이 틀림없다. 

넷째, 사업자, 자동차, 통장 명의를 타인 명의로 하여 이용하는 사람은 의심하여야 한다. 구린 데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교회, 성당 등 신앙하는 신도임을 내세워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은근히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여야 한다.      

사기당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말 잘하고 인간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이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고 말이다. 

사기꾼들은 늑대의 꼬리를 감추고 양의 탈을 쓰고 접근하여 사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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