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잘 살고 싶다면 먼저 나에게 집중할 것
나의 마음속에서 생각은 아기자기, 조밀조밀한 정도로 잘도 모여있었다.
복제되고 새로이 들어오는 생각들은 매일같이 있었다. 생각들이 빠져나갈 배출구는 어느 순간부터 없었다. 분명 있었는데. 생각들은 어떤 날엔 조금씩 들어찼고 어떤 날엔 암세포마냥 증식했다.
어느 날부터 내 마음속에는 공간이 없었다. 마음의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의 공간이지만 나는 그 규모를 가늠하지 못한다. 애초에 아주 작았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광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의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 물론 알면 좋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필요한 정도의 생각을 안다면 까다로운 상황에 봉착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은 내게 맞는 정도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차차 알게 되겠지 하며 떠넘겨 본다. —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현재 이 생각들이 어느 정도로 들어찼는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음속에 들어찬 생각의 밀도가 높았다. 그렇게 느꼈다. 시간마저도 생각에 잠식된 것 같이 내 마음은 매 순간 시끄럽고 무거웠다. 그 마음을 매일 들고 다니기란 힘들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이니 떼낼 수도 없었다. 꾹꾹 눌러 담기엔 내 마음이 좁았던 건지, 생각이 너무 많았던 건지. 아무튼, 그렇기에 무의식에서라도 의식했던 것 같다. 그때는 무거웠다고 생각지 않았지만 지금은 알겠다. 분명 무거웠다.
여유라는 게 딱히 없었다. 여유 있는 척 하루를 살았지만 버티는 것에 가까웠다. 진정한 여유를 누리기에는 쥐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마음속 생각들은 매 순간 내게 긴장감을 조성했고 나를 쥐어짜게 만들었다. 생각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생각이 생각의 주체였다. 생각이 생각을 낳았다. 내 마음속엔 내가 없었고 나를 고려한 생각도 없었다.
사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내 마음이 들어차고 문드러질 때까지 미뤄두고 방치한 것은 나였기에.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아니면 일기를 쓰는 것처럼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뭐라도 끄적이다 보면 뭐라도 나오게 된다. 그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정말 보통의 날이었고 평범하기만 한 날이었음에도 마음은 언제나, 하고픈 특별한 말들이 있었다.
약한 말을 하지 못했다. 약한 말을 하면 나 스스로를 약하다고 규정짓는 것이고, 따라서 나를 한계 짓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한 말은 내게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건 현실을 부정하는 짓이었다. 즉 현재의 나를 부정한 것이다. 나는 괜찮은 척을 한다고 괜찮아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나에게 멘토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상태와 기분을 살피고, 현재의 나를 수용하고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 그럴 때 나는 굳어진 마음을 열고 현재 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다.
현실을 잘 살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의 것들이 정돈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들. 나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그것들을 떠올리고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할 때,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