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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Nov 24. 2024

나는 철학적 질문이 불편하다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좋아한다. 의문을 던지게 하고, 사유하게 하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철학적인 질문, 가령 나의 존재의 이유란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 불편해졌다. 그런 질문을 혼자 던져볼 때면 항상 끝이 비관적이게 된다. 내가 이 우주에서 쌀 한 톨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 기분. 내가 무얼 하든 다른 행성에선 내 존재조차 모를 거란 확신. 그냥 되게 쓸모없는 존재인 것만 같은 느낌. 물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내가 그렇게 작은 존재니까, 나만의 행복을 마음껏 좇고 무엇이든 도전해도 된다는 의미를 도출해 낼 수도 있다. 분명 괜찮은 의미인데 매번 마음이 찝찝했다. 그래서 간간히 왜 그런 마음이 들까 생각했다.

인간은 남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존재감을 느끼기도 하고 좋은 감정을 느낀다. 나는 내가 쓴 글이나 내가 그린 그림이 남에게 위로가 되거나 자신만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면, 어느 때보다도 정말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존재의 이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나의 만족감은 너무나 작은 것이 되어버린다. 내가 한 것들이 너무나 조그마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이때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지구, 우주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건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했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이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어느 청소부가 했던 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

청소부가 말했다. 이것이 이번 대화 주제의 본질 같았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을 믿는 것. 그리고 실제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근의 경험을 떠올렸다. 자기 전 10분 정도 인스타 릴스나 숏츠를 보곤 한다. 그런데 알고리즘에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뜬다. 만 팔로워에 도전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될 것이다 등등.. 그리고 대중들은 이 사람들이 매일매일 해나가는 것을 보며 열광한다.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수요가 되는 시대다. 나는 이 영상들로부터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즉, 도전을 기록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내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나도 남에게 이러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존재의 이유라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나의 목표를 표현하고, 그에 도달하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실현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난 앞으로도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표현하고 공유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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