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신경 쓸 것인가.
나는 여드름이 많은 편이다. 오돌토돌한 여드름보다도 눈으로 봤을 때 색만 붉은 여드름.
조금 민감한 이야기. 중학교 때부터 여드름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할 때도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새로운 화장품들이 그득하다 못해 넘치려 할 때, 엄마와의 대화로 깨달음을 얻었다.
엄마는 예전에 화농성 여드름이 많았다고 한다. 피부과도 여러 번 갔었고 뭔갈 많이 발라봤지만 계속 심해지기만 했었다고. 엄마와 내 화장대는 시간대만 달랐을 뿐, 모든 것이 같았다. 심지어 엄마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후로 안경을 벗고 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피부를 너무 보기 싫었다고. 그런데 오히려 피부에 신경을 끄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을 하다 보니 엄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생겼었다.(어머어머, 듣는데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회사에서 안정적인 직업도 얻자 확실히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그리 긴 시간을 얘기한 건 아니었지만 이 대화는 두 번째였다. 저번에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내 행동에 변화는 없었다. 그 후로도 자주 거울을 들여다봤고 여드름을 짜고 새로운 화장품을 내 방구석에 들였다. 그리고 사실 최근까지도 크림 하나를 새로 샀다. 근데 이번엔 이 크림을 살 때 새로운 것을 마음먹었다. 이것까지 안 되면 이제는 방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사보고 그래도 안 나아지면 깔끔하게 엄마 말을 받아들이자. 그렇게 마음가짐을 갖고 새로운 크림을 발랐다. 아니나 다를까, 내 피부는 변함이 없었다. 깊이 한숨을 내쉬었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이 되어 엄마 가게에 왔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엄마와 나는 라이프디자인이란 걸 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서로 얘기하는 시간. 이때 엄마와 여러 이야기들을 하다가 여드름 말이 나온 거다. 벌써 몇 년간 신경 써왔던 것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속에선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오간다. 솔직히 불편한 것도 조금은 없잖아 있다. 제일 콤플렉스이기도 하니까.
근데 과거의 엄마 얘길 듣자 최근의 마음가짐과 어우러져 진짜 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내게 무엇이 중요한가?
라이프디자인을 할 때 오늘의 나를 칭찬할 수 있어서 좋다.
재미있는 공부법을 만드는 것, 그림으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지금 내 인생에 중요하고 좋다.
그렇다. 지금까지 난 내 힘든 것들을 다 표현했다. 하지만 당연스레 제외되어 왔던 것, 바로 여드름에 관한 이야기. 제일 숨기고 싶었기에, 건드는 것 자체도 두려웠다. 이 상처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옹기종기 숨어있다. 지금부터 풀어나갈 예정이다.
옛날엔 ”여드름은 청춘의 심벌이다. “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엄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청춘의 상징을 가지고 있는 청춘, 고등학생이다. 내게 여드름은 길고 깊은 소재이다. 이 청춘의 기간 동안 나만의 심벌을 만들어 가려한다.
곪은 것은 표현해서 개운히 날려버리고 내가 중요한 것들에 시선을 쏟겠다. 지금 이 글 자체에 크나큰 내 결심이 담겨있다. 이 주제의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벌써 조금은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