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 발을 들였다. 밝고 고요한 통창밖의 풍경을 보며 붉은 러닝머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때 난 50분간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마주했다. 통창밖의 밝음을 잠시 보다가 앞에 놓인 러닝머신에 눈길을 뺏겼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어느새, 그늘진 통창밖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여전한 러닝머신과 땀에 적셔진 나를 빼곤 모든 것이 어두워진 걸 발견한다. 10분이라는 짧은, 정말 순식간에.
동시에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다. 뛰기 바빠 마음속 어두움이 옆구리를 찌르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 매번 나는 ‘괜찮겠지’하는, 흔히 말하는 안전 불감증이 있다. 어떤 것에? 바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의 의미와 하고 있는 것의 구체적인 방법에.
예를 들면, 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영어를 억지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외워야 한단 생각으로 본문과 문법들을 본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에게 그걸 이해하려 드는 건 말도 안 됐고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말고사 예습을 할 때 엄마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부법을 바꿔보았다. 바로 문장 하나하나에 쓰인 문법(진짜 사소한 것들 ex. to 부정사 - 형용사적 용법, 주격 관대 that..)을 분석하며 해석해보는 것이다. 처음 1 회독은 시간이 좀 걸린다. 분명 무슨 문법인진 아는데 정확한 뜻이나 쓰임이 헷갈리기에 검색하고 적는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 후론 적힌 문법을 다시 확인하고 놓친 자잘한 문법들을 또 체크하며 공부를 한다. 그렇게 한 문장을 구조 분석하고 해석하기 편하게 끊어서 해석한 뒤 자습서의 해석본을 보며 비교한다. 뜻을 몰랐던 단어는 형광펜을 칠한 후 단어장에 추가하여 수시로 외운다.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영어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이제 중간고사 성적표까지 나와서 본격적으로 진도를 나간다. 이미 배우고도 있고. 그런데 예습할 때 했던 문장 분석이 수업 때도 기억이 나더라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순간이었다. 내가 체크했던 구문을 선생님께서 그대로 적으시면 묘한 뿌듯함도 따라온다. 또 몰랐던 부분들까지 알게 되니 수업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매번 이렇다. ’좀 애매한데.. 괜찮겠지 ‘하고 넘기면 절대 안 된다. 그 애매함에서 오는 불안은 일몰의 시간처럼 눈 깜박할 새에 나의 모든 걸 어둡게 물들이니.
하지만 이건 되려 내게 장점이기도 하다. 그 작은 부분 하나가 제자리를 찾아 제위치를 향한다면, 일출의 시간처럼 눈 깜박할 새에 나의 모든 걸 밝게 물들이니.
나는 나의 이 특징을 제대로 써먹어보기로 했다.
내게 외우고 꾸역꾸역 버티는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절대 할 수 없다. 나에게 맞지 않고 어쨌든 긴 시간을 놓고 봤을 때 효율이 떨어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배운 내용을 깊이 생각하고 궁금한 걸 스스로 찾아보고 질문하는 건 처음에는 당연히 느리다. 그래서 불안하기에 외우려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거고. 하지만 한 달은 생각보다 길다. 한 달 전부터 공부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 흡수한 뒤에 반복해서 읽는 것과 처음부터 무작정 외우려는 것은 정말이지 큰 차이가 있다. 한 달 뒤, 효율은 전자의 공부법이 훨씬 클 것임을 장담한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아버렸기에 이렇게 장담할 수 있다.
이제 현혹되지 않겠다. 암기 과목이란 보편적인 말에.
나는 내가 호기심이 드는, 재미있는 공부를 할 거다.
그리고 지금 이 공부법으로 꽤 성공하고 있다.
노을이 뜨고 있다. 나도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