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붙어있지 않는 기찻길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아는지? 종영된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일반인들의 일상에 주제를 두고 다큐 형식으로 방영을 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도 찾으면 찾아서 볼 수 있다. 한 번은 기차역을 촬영하러 갔더라.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일하는 사람, 찾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젊은 남자 한 분이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어져 있고 그게 인생인거죠. 앞으로도 굽어져 있을 것이고”
-다큐 3일 서민들의 인생 분기점, 구로역 2008년 7월 19일-
많이 공감한다. 기찻길을 인생에 빗대어 한 말이다. 기차를 타고 안에 있을 때, 바깥 풍경을 보지 않으면 기차가 앞으로 가는지, 왼쪽으로 가는지, 오른쪽으로 가는지, 얼마나 빠른지 잘 체감하지 못한다. 똑바로 직진으로만 가는 거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선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있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굽어져 있기도 하다. 선로를 바꾸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는 선로가 계속 굽어져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가서 목적지에 결국 도착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내온 시간과 여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 똑바로 지내온 거 같은데, 바르게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되돌아보면 이리저리 굽어져 있다는 것.
아침에 출근할 때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전철역을 가려면 구름다리를 통해 전철 선로 위를 지나 역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위에서 선로를 보면 선로의 끝은 겹쳐져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기차선로는 끝이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차선로는 도착지까지 평행하게 되어 있다. 결코 서로 만나지 않는다. 교차하지 않는다. 겹치지 않는다. 끊겨있지도 않다.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만나지 않는다. 이것처럼 역경과 행복은 늘 함께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이 둘은 늘 공존한다. 하지만 그것이 혼합되거나 겹치지 않는다. 그것을 감사로 받아들이느냐, 감사로 고백하느냐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강준민 목사님은 사건보다 중요한 건 반응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최근 한국방송공사 드라마인 ‘고려거란전쟁’를 소개하는 한 줄 문구는 “승리로 쟁취한 평화”이다. 즉,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강한 국방력이 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겨야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한다. 훈련 때 최선이어야 현장에서도 최선이 가능하다. 고난도 영원하지 않지만 기쁨도 끝이 없는 건 아니다. 둘 다 지나간다. 찰나이고 순간이다. 우리는 잘 가고 있다는 믿음과 정한 목표와 목적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선로가 겹치거나 선로가 끊어지면 큰 사고가 난다. 그 구간을 마주하기 전 멈춰야 한다. 그저 마주해야 한다. 다시 선로를 깔고 통과해야 한다. 지나가야 한다.
새벽에 운전을 할 때면 라디오를 듣는다. 지금은 종영된 코너이지만 “오히려 좋아”라는 코너가 있었다. 청취자가 자신의 걱정거리나 고민의 상황들을 사연으로 보면 진행자가 그 상황을 오히려 좋은 이유 3가지로 바꾸어서 해석해 주는 코너였다. ‘저는 가방을 보면 사는 것을 못 참아요. 집에 비슷한 가방이 개수도 많답니다. 안 사야지, 안 사야지 하면서도 보면 또 가방을 산 저를 볼 수 있어요.’ 이런 사연이면 오히려 좋은 이유 세 가지를 ‘착즙(搾汁)’해준다고 한다. 1. 가방이 많으면 가방에 대한 조언 및 스타일링을 해줄 수 있는 안목이 있으신 거니 오히려 좋아. 2. 요즘엔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으니 활용해서 용돈을 벌 수 있어 오히려 좋아. 3.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고치려고 해서 사연을 보내사 선물도 받고 방송에 소개도 되고 오히려 좋아라는 식이다.
현 NBA 농구선수이자 최다 3점슛, 시즌 만장일치 MVP, 리그 2연속 우승 등 숫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스테판 커리라는 선수를 아는가? 키가 크고 센터들이 독식하던 게임의 트렌드를 가드의 스킬과 슛으로 1차로 바꾼 선수가 마이클 조던이었다. 요즘엔 2차로 그것이 변화하였다. 이제는 센터들도 3점슛을 쏘고 경기를 뛰는 5명 모두가 3점 슛을 던지도록 방식을 바뀌었다. 이렇게 되도록 이끈 선수가 스테판 커리이다. 이 선수는 드래프트 당시 “그의 운동 능력은 평균 이하다. 골대 근처에서 그는 좋은 득점원도 아니다. 드리블은 좀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며 포인트가드로서 더 발전해야만 한다. 그는 다음 레벨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분명 그는 키가 선수치곤 월등히 크지 않다. 많이 빠르지 않다.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다. 운동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가장 뛰어난 3점 슛터이자 포인트가드 중 1명으로 거론될 정도로 현시대 농구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
축복과 고난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도 하고 같은 면을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공존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같은 일, 같은 사건일 때도 있다. 강점을 보려는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면 강점이 보인다. 또 지금은 약점투성이지만 후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그것이 역으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러분에게 약점이 있고 고민이 있다면 그것이 고쳐지고 바뀔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할 기회이고 더 몰두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민이 바뀌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동시에 만날 수도 있다. 교대로 번갈아 접할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 축복인 줄 알았는데 고난인 경우도 있고 역경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순탄이었던 적도 있다.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인 일도 있다. 고난은 다음 도약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 반면교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내가 무슨 해석을 하고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거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부터 눈에 필터를 낀 거처럼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이 많이 진행되었나 싶었다. 근처 안과에 가서 시력을 재는데 왼쪽 눈이 엄청 큰 글씨 아니고는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눈을 한쪽씩 번갈아 보는 경우가 없으니 잘 몰랐다. 검사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루고 안경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경점에서 한참 검사를 하더니 이건 안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다른 안과를 통해 진단을 받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눈동자에 혈관이 터져 피가 고여서 그것이 시야를 가리는 증상이라고 했다. 병명은 ‘망막정맥폐쇄증’. 쉽게 말하면 눈에 중풍이 온 거라고. 주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다시 예전 시력으로 회복되진 않고 더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술을 해야 한다. 오른쪽 눈을 가리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글씨는 거의 안 보이고 사물의 형태도 뭉그러져 보인다. 사실, 이것은 나에게 건강상의 고난이다. 고민이고 문제이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것을 되돌릴 수 없고 바꿀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적응하자. 책을 보거나 할 때 더 집중한다. 핸드폰이 잘 안 보인다. 더 좋다. 습관적으로 보던 핸드폰 멀리하게 되어 좋다. 고혈압이 원인이라고 하니 건강한 식단을 하게 되었다. 가족이 공유하게 되었다. 다같이 건강식을 먹게 되었다. 더 나아졌고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