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나는 되길 바란다. 바다처럼 또 하늘처럼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는 누구일까? 바로 뽀로로이다. 나도 우리 아들을 키우면서 뽀로로를 많이 봤다. 아들이랑 같이 자주 보면서 내가 제일 매력적으로 느끼고 가장 아니, 최고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포비’이다. 내가 만약에 교회학교 유년부를 담당하는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이었다면 여름성경학교 주제나, 설교의 제목을 ‘예수님처럼, 포비처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포비에 관심이 많다. 나무위키에서는 포비를 “착하고 자상하고 따뜻한 데다 어른스러운 성격으로, 화도 잘 내지 않는다. 뽀로로와 친구들에게는 형, 오빠 같은 존재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포비가 주로 하는 행동은 ‘따뜻하게 안아주기’, ‘해리의 쉬지 않고 말하기와 노래 부르기를 옆에서 듣기’, ‘친구들이 싸우면 중재하기’, ‘화가 나도 아주 짧게 내기’, ‘가구 수리하기’, ‘친구들에게 생선 잡아다 주기’ 등이다.
우리는 살면서 문제를 안 만날 수 없다. 큰 문제, 작은 문제, 많은 문제, 적은 문제, 넘길 수 있는 문제, 풀어야 할 문제, 같이 공유해야 할 문제, 두고두고 풀어야 할 문제 등 사람들은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 친구, 연인, 멘토, 선생님, 선배, 후배, 상사, 후임 등에게 이야기할 때가 있다. 문제를 상대방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금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라는 명제적 사실의 전달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문제를 공유한 사람이 원하는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이 꼭지의 큰 키워드는 ‘연기’인데 연기는 하늘로 흩어지게 되면 사라진다. 하늘이 넓고 크며 이것이 정화 능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넓고 깊다. 정화 능력이 있어 웬만하면 수용한다. 난 내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들었을 때, 알게 되었을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인 상태가 크고 넓었으면 좋겠다. 이성적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머리와 역량이 되길 바란다. 반대로 내 문제를 듣고 알게 된 상대방도 그러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내 주위에 이러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처음 MBTI 성격유형 검사를 접하게 된 것은 21살 때이다. 나의 성격 유형도 알게 되었지만 상대방이 왜 그런 반응을 하는지, 행동을 하는지, 생각을 하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검사였다. 20년도 훌쩍 지난 요즘 누구나 MBTI를 물어보고 유형을 파악하는 게 큰 이슈이다. 미디어에서도 예능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T인가, F인가”이다. “너 T야?”라는 질문을 종종 접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문제와 고민이 생겼을 때 중요한 것은 첫째, ‘이것을 들어줄 상대방, 대상이 있는가?’이다. 그 상대방의 성격유형이 어떻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둘째 문제이다. 둘째, 고민과 문제를 토로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것이 해결책인지, 공감인지, 위로인지, 책임인지, 답인지, 그저 공유인지, 복수인지, 배려인지, 양보인지, 기도인지 등 과연 나는 무엇을 원하여 고민과 문제를 토로하였는지를 아는 것이다. 셋째, 해결이 돼도 혹은 안되어도, 위로를 못 얻어도 그렇지 못했어도 그저 내가 문제를 쏟아내고 상대방이 들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위로가 될 확률, 해결이 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상황이다. 만약 나에게 벅찬 고민과 문제를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써서 전달하지 못하고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큰 짐은 없다. 그것만큼 답답한 상황은 없다. 그것만큼 힘든 상황은 없다. 가지고 있는 문제보다 그것을 말을 할 수 있는 곳, 전달받을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도리어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할 것인가? 경험이 많은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가장 친한 사람?,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정말 누가 적합할까? 그건 문제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르다. ‘다를 것이다’가 아니다. ‘다르다’고 감히 확언한다.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위로?, 공감?, 해결책?, 해답?, 책임?, 공식?, 때로는 침묵... 이것 또한 상황에 따라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추구하는 가치의 1순위는 지혜이고 2순위는 평안이다. 28살 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정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지혜와 명철을 구분하고 싶다. 얻고 싶다. 슬기롭고 싶다. 어떠한 순간에도 폭풍 중에도 평안을 누리고 싶다.
결국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냐면
① 해결책이 필요한 순간에는 나의 냉철한 이성이,
②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상황에는 나의 따듯한 감성이 온전히 발휘되는 사람이다.
매 순간과 상황을 잘 판단하는 지혜를 소유한 사람, 기쁜 순간이나 슬픈 순간에도 평안을 누리는 사람. 또 그것을 주위에 전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책을 볼 때도 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 활용이 될 수 있는지, 오감을 통한 내가 겪는 모든 경험에도 여기에 도움이 되는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 함께 하는 활동 모든 것이 여기에 더 채워지게 하고 나아지는 요소들을 얻을 수 있는지, 늘 깨어있어서 내 안에 그것들을 모두 담아내어, 체화시켜 나만의 것이 되길 기대한다.
나는 내가 포비같은 사람이 되어 내 주위에 뽀로로, 패티, 로디, 에디, 해리같은 사람들이 있길 바란다. 어떤 검고 큰 연기를 만나도 정화시킬 수 있는 맑고 넓은 하늘 성품과 심성을 소유한 사람, 깊고 푸른 바다 같은 사람, 그런 마음과 성품을 소유하길 간절히 원한다. 나아가 그런 분들을 평생토록 만나길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