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식욕을 무조건 참으면 폭발하듯, 소비 욕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건강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평~생 지속 가능한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무리해서 소비를 줄이거나 억지로 참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해서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다.
1. 덩치 큰 소비는 최대한 참아본다.
지인 중에 평소우유갑도 모아 도마로 재활용하고, 야외로 나가면 도시락을 싸가고, 불필요한 전기나 물도 아껴 쓰는 이가 있다. 장을 볼 때도 전단지를 보며 꼭 세일을 챙긴다. 하지만 나의 지인은 도통 돈을 모으지 못한다. 아니 되려 통장은 점점 마이너스다. 왜 그럴까? 내가 곁에서 오래 지켜본 결과, 나의 지인은 덩치 큰 물건들을 자주 산다. 가령 지인의 집에는 냉장고, 냉동고, 김치 냉장고 이렇게 냉장고 종류가 세 개고 전동 자전거라던가 고가의 운동 기구 등의 물건들을 사들인다. 게다가 계절마다 집의 인테리어를 바꾼다. 이러니 아무리 쌀을 아끼고 전기를 아껴도 돈이 모일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저금을 다른 이들보다 잘하는 이유도 같다. 나는 만원, 이만 원의 소비는 자주 한다. 대신 비싼 물건들(내 기준에는 5만 원)을 사지 않는다. 특히 가전을 바꾸지 않는다. 나는 결혼 후 가전을 거의 사지 않았다. 결혼을 하면서는 친구들한테 죄다 선물 받았고, 고장 나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100만 원짜리 청소기도 척척 사지만 나는 동네 중고마켓에서 산 청소기를 쓰고, 고장 난 밥솥 대신 냄비 밥을 하며 버틴다. 버틴다고 표현했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다. 차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2006년형 차를 아직 잘 쓰고 있다. 아무리 작은 돈을 아껴도 일 년에 대형가전 한 개만 바꾸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차도 마찬가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만 소나기만 하겠는가?
2. 가계부를 쓴다.
재테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가계부를 쓰라고 권유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자기가 얼마를 쓰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가계부를 안 쓰는 사람들은 자기 소비 금액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단순히 기록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처음에 세 달 간은 가계부의 평균을 내서 줄일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분석하며 계획을 세우고, 다음달부터는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다. 반드시 계획대로 지킬 수는 없겠지만, 경험상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편이 훨씬도움이 된다. 요즘 문자로 오는 카드 내역이 바로연동되는 편리한 가계부 앱이 많다. 그런 가계부 앱을 활용해서 주마다 이번 달의 지출이 예정대로 되고 있는지 체크한다. 나는 편한 가계부라는 앱을 애용하고 있다. 각자 핸드폰으로 가계부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본인의 타입에 맞는 앱을 사용하면 된다.
3. (시간이 가능하다면) 세일 정보를 확인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지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저렴한 대량 구매의 유혹이나 온라인 마켓의 상품들의 유혹은 참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여러 세일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장을 본다. 나의 경우는 삼성카드를 사용하는데 앱카드를 깔아 놓고 링크라는 기능을 사용한다. 링크는 조건을 맞춰 결재를 하면 할인이 되는 기능인데 가령 나는 이번 달은한 달치 냉동식품을 삼성카드 링크 기능을 통해 30%로 할인받아 구매했다.
식단을 짜서 장을 보거나 지출 목록을 만들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물건을 살 때, 당장 필요한 것(생필품), 필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안사면 불편한 것, 쓸모는 없지만 사고 싶은 것 등으로 나누어관리한다.급한 건 필요한 만큼 장을 본다. 보통 필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세제나 샴푸 물티슈 등이나 챙겨 먹는 영양제는 세일 기간을 통해서 3달치 정도 사두는 편이다.안사면 불편한 건 최대한 참아보다가 안되면 산다. 쓸모는 없지만 사고 싶은 건 주로 특별한 날(생일이나 기념일) 구매를 한다.
마트나 옷을 사러 나갈 때는 쇼핑 리스트를 작성한다. 쇼핑리스트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나의 경우는 사야 할 물건을 잊지 않을 수 있어서 시간과 노력을 아껴준다. 그리고 오버되는 물건들에 대해서 꼭 필요한 건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해 준다.
4. 소비 욕구가 만발할 때에는 증발 쇼핑을 한다.
물건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런 경우 저렴하고 기분 전환이 되는 물건들을 사들이고는 한다. 가령 매니큐어나 예쁜 고무줄 따위를 산다. 나는 그것만으로 소비 욕구가 많이 진정이 된다.
그걸로도 충족이 안되면 증발되는(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들에 소비를 한다. 나는 흔적을 남기고 처치 곤란한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들에 소비를 한다. 가령 미용실이라던가 마사지 샵, 피부과 같은 것들이다. 나의 경우 생일마다 비싼 향수를 산다. 그렇게 들이는 돈은 10~20만 원 정도인데 나는 일 년에 그런 소비를 두 번 정도만 하면 딱히 지름신이 오거나 예산에서 오버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각자 취향에 맞게 소비를 한다.
5. 지금 사들이는 물건이 내일의 쓰레기 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나는 결혼 10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고, 이제 4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다. 이사를 하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폐기물 처리 값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다. 이사를 해본 사람들은 물건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공감할 것이다. 오늘 내가 별생각 없이 사들이는 물건이 내일에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 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6. 충동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 쇼핑의 기술
나의 경우 옷 쇼핑은 일정한 과정을 거친다.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는 아이쇼핑은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목록을 작성하고 예산을 잡는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우선 매장에 가서 30분 정도 쭉 둘러보며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옷이 있는지와 가격대를 살핀다. 그다음에 아까 기억해 둔 매장을 돌며 본격적인 쇼핑을 한다. 이렇게 하면 충동적인 소비를 하고 후회를 하거나 환불을 하는 일이 줄어든다.
쇼핑을 하다 보면 항상 나의 쇼핑 리스트에는 없지만 나의 쇼핑 욕구를 부추기는것들이 나를 유혹한다. 나는 무조건 참지는 않는다.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눈에 맘에 드는 물건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은 사지 않지만 우선 그 매장의 이름을 메모하고 그 물건을 가격표와 함께 사진으로 찍어 놓는다. 그러고는 필요한 옷들만 사고 떠난다. 그리고 그 옷이 일주일 동안 아른거리면 그 옷을 사러 다시 그 매장에 방문한다. 물론 재고가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쉽지만 지출을 아끼게 됐으니 좋은 일이다. 그 옷이 그대로 있다면 옷을 구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의 경우 이런 쇼핑 방법으로 10번에 8번 정도는 그 옷을 안 사고 2-3번만 다시 가서 산다.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기 때문일까? 사진을 찍어 온 뒤로는 사야 할 이유보다 안 살 이유를 더 찾게 된다.
7. 절약보다 중요한 건 정신건강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절약보다 중요한 것들도 많다. 가령 자기 계발이나 건강 등이다. 나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책과 운동 등을 즐긴다. 그리고소액이지만 정기 후원도 하고 있다. 나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것들이 언뜻 소비와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과도한 소비 욕구는 다른 욕구가 불만족스러워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욕구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소비로 푸는 것은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많은 것들처럼 소비 역시도 습관이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들인 작은 습관들이 모여 훗날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든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이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오늘 당장 실행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