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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여운코끼리 Jun 21. 2021

오늘도 넌 내게 위로를 건넨다(두 아들맘의 육아생활)

#12 이사의 이유

우리 집의 경우 첫째는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강해서 주관이 뚜렷하다. 대신 감정선이 길어서 하기 싫은 일을 시키면 부정적 반응이 오래간다. 첫째의 경우 어린이집의 낮잠 시스템, 그리고 연령 특성상 아이들을 유치원에 비해 조금 더 과보호하는 이 잘 맞지 않았다. 초보 엄마인 나는 그 당시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몰랐고(유치원 시스템을 몰랐으므로), 3살 때부터 가정 어린 집을 보냈는데 보내는 내내 아이는 어린이 집을 가기 싫어했다. 그래서 4살 때 조금 더 큰 어린이 집으로 옮겼는데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정말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징징거렸다. 사실, 아이는 세 살부터는 낮잠을 자기 싫어했고, 네 살부터는 낮잠을 거의 안 잤다. 나는 오전만 보내보기도 하고 점심시간 동안 하는 특별활동도 시켜보았지만 아이의 어린이집 거부 현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안 보내기도 힘들었다. 결국, 5살 여름 유치원으로 옮겼고, 유치원의 자율적인 시스템과 낮잠 시간이 없는 점이 아이와 잘 맞았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도 무척이나 다정했다. 그리고 첫째는 그곳에서 무사히 유치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했다.


그런데 첫째가 유치원에 가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유치원이 멀어서 통학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었다. 두 아들 다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버스 시간은 8시 20분으로 일렀다. 큰 아이는 5살이지만 둘째는 3살이어서 통학 시간을 맞추기가 꽤 힘들었다. 나는 주변에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아침이면 쟁통이었다. 게다가 그 시간에 버스를 타고 나가면 다른 아이들을 태우느라 아이가 꽤 오래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주변에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유치원은 없었고 다니기로 한 유치원이 꽤나 맘에 들었다. 그래서 둘째도 같은 유치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해에 나는 유치원이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아이들은 아침잠을 푹 잤고, 나는 평화로운 오후를 맞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유치원을 보내기는 좋지만, 초등학교가 제법 멀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사 가는 집이 많은 동네이다. 그래서 그런지 놀이터에서 새로 사귀는 엄마들마다 나에게 묻는다.  

"00 엄마는 왜 이 동네로 이사 왔어요?"

"첫째 유치원 때문에요."


오직 등 하원 시간이 힘들어서 이사를 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한다. 하지만 나는 매일 유치원 버스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이사가 쉬운 여자였다. 이사는 하루 이틀이면 끝나지만 등원은 매일 전쟁이다. 나의 성향 상 한 번에 끝나는 스트레스는 크더라도 잘 견디는 반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작은 스트레스에는 취약했다. 무엇보다 목이 쉬게 아이들을 아침마다 깨우면서 마음이 늘 안 좋았다. 혹자는 굳이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하냐고 하지만 이건 온전히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선택이었다. 육아의 방법이나 선택이 꼭 한 가지일 수는 없다. 각자 자신과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답을 찾아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사실 지금 집에서 2년을 못 채우고 또 이사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초등학교가 코 앞에 있고 남편 회사도 코 앞에 있는 동네로 말이다. 처음에는 힘들던 이사가 이제 할만하고 어떤 때는 기다려지니 참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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