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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 수의사 Apr 27. 2021

시골 개 고양이 의료봉사

3주 전 시골 동물 의료봉사 지역 물색을 위해 대청호 주변 문의면 묘암리를 찾았다. 시골 개 고양이의 무제한 번식은 야생동물의 피해로 이어져 동물원이 나서도 된다고 생각했다. 동물원에서 묘암리까지는 40분 거리였다. 가는 동안 아름드리 벚꽃나무는 마을 큰길까지 이어졌고 어귀부터는 홍매화의 현란함에 탄성이 나오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축사도 없어 마을의 동물은 개 14마리, 고양이 2마리가 전부였다.

한 달에 한번 하기로 한 의료봉사의 시작은 지난주 일요일(4월 25일) 청주동물원, 충북대 수의대와 의대, 충북 동물위생시험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참여했다. 동물원 수의사들과 수의대 학생들은 중성화 수술, 의대 기생충 교실과 동물위생시험소는 혈액과 분변 채취를 통한 질병검사와 백신 접종, 어웨어는 질 좋은 사료와 새집을 제공하고 시골 동물들의 무제한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를 홍보했다. 또 긴 목줄로 바꾸어주자 짧게 묶여 있던 개들은 익숙하지만 닿을 수 없었던 주변 탐색에 신이 났다. 목줄의 길이가 시골 개들의 삶도 바꿀 것이다.

주인이 원하는 수컷 4마리의 중성화를 했고 암컷들은 수술환경이 좋은 동물원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그중 큰 개 장군이는 주인이 몸을 잡자 마취주사 바늘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자세를 허물지 않았다. 수술 후 회복 중인 개들은 비틀거리며 자신의 주인들을 찾아갔다. 아릿한 통증이 있음이 분명한데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댄다. 마취되어 움직이지 않는 개들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개들이 돌아오자 주인들은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부재의 경험으로 개들이 전보다 소중해진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수술한 큰 개 장군이가 깨어나니 밤 8시가 되었다. 수술을 도왔던 학생들의 얼굴은 안도감에 떠 있던 밝은 달처럼 환해졌다.

동물원에서 야생동물 진료는 마취가 깨기 전 서둘러 동물이 있는 철장을 나와야 했다. 개들의 체온을 느끼면서 곁에 있을 수 있는 데다가 회복해서 꼬리까지 흔들어 주니 고통을 준 가해자? 로서 미안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새로운 경험이다. 어쩌면 나는 곁을 주지 않는 야생동물로 살아온듯하다. 다루는 대상을 닮아온 것이라고 둘러대 본다.

예전에 후배가 꿨던 꿈을 사고 싶다. 그 친구는 돈 버는 것에는 흥미도 재주도 없었다. 화물차를 사서 그곳에 의료장비를 싣고 평생 병원 한번 못 가보는 시골 개나 고양이를 치료하러 다니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어찌해서 직장을 잘 다니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동물원을 퇴직하면 현실 가능하다. 진료비로는 그날 먹을 밥과 반찬을 달래면 어떨까? 밤 간식으로 받은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딸 다민이도 가끔 놀러 와 서로의 얼굴에 고구마 검댕이가 묻어 깔깔거릴 것을 상상하니 즐거워진다. 정말로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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