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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YAOWL 유야아울 Jul 15. 2021

환생

인어공주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왕자)

"어서 나를 찌르시오....

그대를 알아보지 못한 못난 나를.... 어서...."


나는 그대가 나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도 모른 체 아내와 살았소. 그리고 어느 날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 목숨을 구해준 이가 아내가 아닌 인어공주 당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소. 아내와는 한번 맺은 부부의 연을 저버리지 못해 서로 존중하며 평범하게 살았다오. 그리고 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결심했소.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어로 태어나 당신 가족이라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었소.


그리고 사죄하려 했소. 이승을 떠나 저승에서 다시 환생하기 위한 절차를 받는 과정에서 인어로 태어나기를 간곡히 청하였소. 그들은 그대가 나를 구했던 것과 그대가 목소리를 잃고 칼날 위에 서 있는 고통을 인내하며 사랑을 하였고 자신에게 돌아갈 기회가 있음에도 결국 자신을 희생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소.


인간이 인어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불가한 일이라 하였소. 인어로 태어난다면 다시는 죽지 않는 불멸의 영혼이 될 수 없을 것이라 하였소. 나는 영혼 포기각서를 작성하고 인어로 태어나기를 선택했소.

나로 인해 고통받고 소멸된 그대의 고통을 업으로 받아 그대처럼 목소리를 잃고 인어로 환생할 수 있었소.


인어로서의 삶이 처음인 나에게 끝없이 깊고 드넓은 바다는 위험천만한 여정이었소.

그렇게 인어 왕국을 찾아 헤매기를 223년, 나는 그대 가족에게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었소. 하지만 인어 왕국으로 가는 길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소.


어느 날 인간들의 눈에 띄어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슈거리가 되었고 도망자 신세가 되기도 하였다오. 내 몸의 상처는 그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싸우며 생긴 상처 라오. 어느 날 인간들의 무인잠수함에 발각되어 도망치던 중 마녀의 동굴에 당도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마녀를 만나게 되었소.


나는 마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대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되었소. 마녀는 흉악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어둠 속에 숨어있었다고 했소. 그리고 그대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수많은 바다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하였소.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빼어난 목소리도 아닌 빼어난 외모도 아닌 마음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였소.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 소라껍데기를 선물해 주었소. 목소리를 잃었지만 또다시 말하지 못해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어서 다행이오.


어린 그대에게 무모한 거래를 했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하였고 그대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 하였소. 그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마녀가 수정 구슬을 통해 알게 되었고 나에게 알려주었다오. 그래서 나는 당신만을, 당신이 나를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소. 고맙소. 그리고 이 칼로 나를 찌르시오.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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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왕자님, 나는 당신을 그 칼로 찌르지 않을 겁니다. 나는 공기의 정령으로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인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모든 인간사의 수만 가지 사건 사고와 사랑, 행복, 포용, 이해, 시기, 질투, 의심, 아집, 오만과 집착 등 수많은 감정들이 불러일으키는 갈등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며 듣기 때문에 결국엔 자기중심적인 판단과 오해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았죠. 저야 늘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 제스처를 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지를 수도 없이 봐왔어요. 수많은 오판과 깨달음을 거듭하면서 나는 이미 오래전에 왕자님을 이해했는걸요.


왕자님이 가족도 없이 홀로 외롭게 그 긴 세월을 살아가다 힘에 부쳐 우리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저를 그리워할 때면 저는 공기의 정령이기에 왕자님 곁으로 와 있곤 했어요. 당신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어요. 하루빨리 당신 옆에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했고 그들 중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고 사랑받을 만한 아이를 찾아내야 했었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당신 곁으로 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과정은 저에게 너무나도 큰 선물을 주었어요. 단 한번 300년의 삶을 살다가는 인어의 삶과 죽지 않는 영혼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는 인간의 삶 그 무엇도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거예요. 사랑하는 당신을 다시 만나 남은 삶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해요. 내게로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우리 이번 생에 힘들게 만났으니 서로 더 아껴주고 더 사랑하며 함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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