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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Nov 14. 2023

속죄, 용서, 구원의 삼각형

[영화] 어톤먼트 by. 조라이트

어톤먼트 (2008)

영화 어톤먼트는 영국이 자랑하는 거장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원작의 유명세를 뒤로하고도 영화는 참으로 대단했다. 섬세하게 그려낸 영상미는 조 라이트가 이후 연출한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비견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매번 느끼는 바였지만 그의 영화는 서사 속에 파고드는 고통과는 별개로 보는 동안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영상에 흠뻑 취하게 된다. 다만 영화 ‘어톤먼트’는 그런 영화의 미적인 연출과는 달리 다른 의미로 유명해진다. 바로 서사에 담긴 도덕문제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속죄’ 국어사전에 의미하는 바로는 “지은 죄를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로 비겨 없앰.”이라는 명사로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속죄하는 평생을 산다고 해서 그의 잘못이 씻겨져 내릴까 생각한다. 영화 ‘밀양’에서 하나님의 믿음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는 인간의 명대사를 생각하면 속죄라는 단어는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속죄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섣부른 대답을 꺼낼 수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속죄하고 참회를 위해 성찰하는 과정은 때론 고통스럽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본다면 어떠할까? 영화에서 세실리아는 용서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신의 가족이자 여동생인 브라이오니를 용서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속죄를 하는 과정과 용서의 대한 방식은 때론 상충되는 시선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론부터 말하면 브라이오니는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소설 속에서의 거짓된 고백으로 자신의 삶의 마지막 지점이 되는 순간을 속죄한 모든 것을 바쳐 용서를 위한 절차의식만을 내밀었을 뿐이다. 그녀는 그 이상의 어떤 용서도 얻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세실리아는 소설처럼 브라이오니를 냉정하게 진실을 요구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행한 어리석은 선택의 죄악을 떨쳐냈을까? 아마도 그녀는 절대로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구원’ 받으려는 브라이오니 왜 그토록 용서를 갈구하고, 속죄를 위해 끊임없는 소설을 써서 자신을 고백했을까? 이는 결국 구원에 대한 문제로 넘겨짚을 수 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목표점을 통해 신으로부터 자신의 혹은 무엇의 잘못된 죄악으로부터 자신을 해결하고, 해소하는 의미를 뜻한다.” 이러한 단어의 뜻처럼 브라이오니는 죽는 날까지도 자신의 죄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생애 소설을 발표하는데 그곳에는 자신의 비참한 고백을 담는다. 그것은 곧 자신의 죽어서도 독자들은 진실과 루머 그리고 비난을 상기하며 그녀는 바라보기 때문이다.      


비록 속죄하는 길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죽음을 부정하고, 사랑이라는 울타리 속에 서로를 위해 이어주는 텍스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텍스트 속에서도 죄악인 존재이자, 자신이라는 악당을 넘어서서 사랑을 쟁취한 두 영웅의 모습을 완성시켰다. 즉, 브라이오니 자신을 영원한 ‘적(敵)’으로 규정지은 것이다. 마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빌려온다면 금자씨는 백 선생을 죽이고, 원모에게 용서를 빌었던 것처럼 자신을 죄악으로 완성시킨다. 하지만 금자씨는 그런 선택을 했지만 구원받지는 못했다. 이태리타월처럼 박박 벗긴 죄악은 다시 죄악이 쌓였고, 속죄의 길은 다시 속죄하는 금자씨처럼 브라이오니도 같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죽는 날까지 속죄를 부르짖던 영화는 아름다운 만큼 비참했다. 브라이오니의 이기적인 고백 때문도, 세실리아와 로비의 죽음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감독 조라이트의 찍어낸 객관적인 표현 하나하나가 세계의 충돌과 결부되어 혼돈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는 속죄와 용서와 구원의 구도만으로 충분히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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