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by. 봉준호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다. 한국영화의 쾌거이자, 새로운 도약이었다. 나 또한 그런 봉준호 감독의 수상에 놀라서 새로운 쾌거를 이룬 한국 영화에 박수를 보냈다. 다만 왜 수상을 할 수 있었는지 아직 보지 못했기에 나는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봉날 영화를 보고나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화려하지 않은 완벽한 구조와 패턴의 짜임새로 이루어진 봉준호 영화의 완성본 같았다. 과거 초기작에 비하면 깔끔해지고, 군더더기 없을만큼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서 이야기를 잘라낸다. 디테일의 힘을 알고 있는 봉준호 였기에 거장이라고 할 만큼 완벽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2회차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건축과 장소 그리고 공간적인 배경으로 영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영화는 계층과 부의 경계를 건축과 장소에 비유한다. 부자니까 당연히 부자들이 사는 거대한 저택, 가난한 이들은 반지하라는 계층적인 공간구도 뿐만 아니라 집의 구조를 바탕으로 공간을 이용하여 부조리하며, 불안정한 구도를 카메라에 비춘다. 이러한 배경은 곧 인물들의 감정과 스토리가 진행 될수록 느껴지는 표현을 한층 더 세밀하게 살려내서 영화를 구조적으로 완결시켰다.
만약 봉준호 감독이 계층적인 구도를 위해 수직적인 공간에만 집착했다면 영화는 지루했을 것이다. 카메라는 위아래로 반복적인 패턴을 사용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단순화 시킨다. 계층이라는 구도에서 서로를 향한 공격성만을 보여주거나 물고 뜯는 과정만을 나타낸다. 영화는 프로파간다화된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봉준호는 수직적인 구도를 벗어나 수평적인 구도에서 그들은 바라보게 만든다. 똑같이 동등한 인간의 위치에 있지만 계층별로 다른 그들은 기생충처럼 수직으로 각자의 위치에 서있는 이들의 필요한 것을 뽑아낸다. 특히 거실이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수평적인 구도를 수직적인 계층으로 풀어내는 데 가장 적합한 장면적인 요소이자 메시지를 장면으로 전달 되었다.
세 가족은 거실이라는 공간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다. 집주인이자 부자인 박사장의 가족은 사생활이 침범 받지 않는 욕망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나의 집이라는 것에 대한 안전과 만족도를 느낀다. 그러나 기택 가족은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술을 꺼내 마시고, 회포를 풀면서 쾌락과 여흥의 장소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문광과 그의 남편 근세의 거실은 생존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곧 3명의 각기 다른 가족은 거실이라는 수평의 공간에서 마저도 각자의 수직적인 위치와 상황에 결부되어 그들의 인생관을 보여줌으로서 영화의 그들이 계급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렇게 탄생한 세 가족의 각기 다른 서사가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과정이 연결된다. 그러한 결과는 하나의 구조로 완벽하게 결합한다. 그렇게 수직적인 구도와 계층의 서사를 수평의 선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욱 빛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직선상에 놓인 계단이나 반 지하 같은 공간의 구도 또한 선명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주된 요소로 자리했다. 하지만 수평이라는 관점을 통해 그들은 물고 물리는 관계이며 계층이라는 문제는 서로에게 달라붙어 기생충마냥 잡아먹히는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영화 ‘기생충’은 현대사회의 계층문제를 계급투쟁의 요소를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직면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이 어떠한지조차 반성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억지로 메시지를 넣는 장면과 영화적인 요소로 디테일을 무너뜨렸다면 아마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봉준호는 그런 메시지를 넣는 방식마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봉준호라는 이미지에 맞춰진 공간과 건축의 구도라고 생각한다.
탄생한 디테일과 완벽한 구도성은 감독을 칸 영화제의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데 공조했을 것이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그보다 더 좋은, 더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에게 이 영화는 봉준호라는 인물이 디테일의 힘을 가장 최상의 방식으로 우아하게 끌어낸 작품이기에 사랑한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