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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an 23. 2024

괴물을 바라본 괴물

[영화] 괴물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괴물 (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이 관객수 40만을 넘겼다. 예술 영화로서는 기적 같은 수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왜 많은 관객들을 울리게 했는지 고민해 본다. 영화는 잔잔하다. 처음 시작은 무언가 불안하고, 어색하며,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태로 이어지기에 무섭다. 하지만 점차 갈수록 밝혀지는 진실에 대한 해답이 가까워질수록 영화는 모호했던 안개를 걷어내면서 진실을 알아갈 때 우리는 무언가를 인식한다. 영화 제목에 나온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관객들은 아마 마지막 결말의 화사한 장면을 보면서도 고민할 것이다. 괴물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괴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여러 번 영화를 관람했다. 처음에는 괴물이 주인공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번째로 봤던 것은 어른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순간에 나에게 괴물로 지정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나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이 들었냐고 물어볼 수 있기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처음에 영화 괴물을 보던 나는 다르다는 현실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에 동조했다. 그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제대로 찾지 못한 순간을 겪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괴물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괴물이 되어야만 그들의 삶을 동정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며 순간을 치유할 수 있는 관객이 되었기에 때문이다. 그저 영화를 사유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 전락하고자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평론가도 아닌 내가 무엇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두 번째로 영화 ‘괴물’을 볼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괴물은 주인공이 아닌 어른들이다. 사회라는 전체적인 어른들의 무질서한 시선으로 아이들이 괴물이 아닌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어른이 괴물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어른이라는 보편적인 세계를 믿는 이들을 향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나는 틀렸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한번 기회가 생겼을 때 영화를 보게 되었다. 마치 영화가 세 번의 장면으로 나눠져서 만들어진 것처럼.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온 나의 심정은 기묘했다. 감독은 메시지를 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남겼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서 애기한 것처럼 괴물은 영화를 보는 나 자신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나는 괴물이 될 누군가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서사에서 악인의 역할을 중요하다. 누군가 악역이 되어서 주인공의 시련을 안겨주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은 성장한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영화 괴물에서도 악인이 될 누군가를 찾았다. 괴물을 통해 보고 싶지 않은 세상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나오며 크레딧이 올라가는 무렵에 생각했다. 서사에서마저도 누군가를 탓하려는 내가 ‘괴물’이었다. 주인공들처럼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줄 수는 없다. 나도 어른이 되어버린 순간에 할 수 없는 것을 많이 배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한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런 나를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태도일 뿐이니까. 그래서일까 끝없이 영화에서 고민을 느꼈다. 

  

그 점에서 내가 영화 괴물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다. 영화 괴물을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그런 삶을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무심한 사유를 두서없이 적는다. 그것이 비록 내 삶에 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지라도 일종의 의미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내가 느껴왔던 감정의 통증들이 조금이나마 아물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입장을 고려해 본다면 종종 그렇게 생각하고자 노력해 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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