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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맨 Sep 29. 2022

2. 흥행은 신의 영역인가

대박과 쪽박을 가르는 변수 1




대박과 쪽박 사이


흥행의 성공과 실패를 두고 흔히 대박과 쪽박이라는 표현을 다. 중박도 있긴 하지만, 터지면 크게 터지 반대로 망하면 제대로 망하기 때문에 그런 과격한 표현이 동원된다고 볼 수 있다. 흥행 업종의 속성 그렇다. 한마디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화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해 보신 분이라면 아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투자해 본 적은 없더라도 '크라우드 펀딩'이란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흥행에 성공하면 고수익을 게 되지만, 흥행에 참패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의 편차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흥행과 관련한 투자는 총비용 중 초기 투자 비중 매우 큰 편이다. 실패하면 초기 투자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sunk cost). 흥행에 실패하 최악의 경우 거의 수익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이후 미래 가치도 제로가 되어 버다. 익 분기점 넘기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하는 영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드물기는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어쩌다 작품이 재조명되어 뜻밖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으나, 일회적이고 단기적으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 흥행업의 특성다. 그러니까 초기 실패하면 큰 손실을 초래하고 그것이 바로 결과로 확정다. 쪽박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반대로 흥행에 불이 붙기 시작하 단위당 생산비인 *한계 비용(marginal cost)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지만, 단위당 이익인 *한계 수입(marginal revenue)은 대규모로 증가 다. 더 이상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수익은 더 큰 규모로 늘어난다는 말다. 그래서 이자 수익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대박이 가능다. 한마디로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라는 표현이 흥행 업종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흥행 업종에서는  이런 현상발생하는 것일까.




대중의 쏠림이 대박을 만든다


대중의 호응과 열광은 '쏠림현상'이 심다. 영화 관객이 일정한 숫자를 넘기면(예를 들어 100만을 넘긴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부터는 언론도 관심을 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200만을 넘길 수 있다. 관객수 300만, 500만을 넘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치자. 대중들은 그 영화를 안 보면 트렌드에 뒤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불안감마저 가질 수 있다. 언론도 연일 관객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관심을 보다.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어 홍보가 저절로 이루어다. 그래서 관객 500만을 넘길 경우 1000만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다.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것이다. 아직도 <오징어 게임>을 안 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안 보신 분들은 마치 트렌드에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았을 가능성 높다. 여러 사람이 여하는 모임에서 <오징어 게임> 얘기가 나오면 혼자 조용히 있어야 다. 안 봤어도 주워들은 이야기나 대충 파악한 정보라도 있어야 대화에 끼어들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결국 에미상까지 휩쓸었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더더욱 안 볼 수 없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늦게라도 찾아서 봐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일부 비평가들의 평가절하와 상관없이 이런 작품은 마침내 '대박'의 범주에 들게 된다. 유명해지면 더 유명해지는 원리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흔히 '인기'라고 한다. '인기''상승작용'을 통해 더 많은 팬을 형성하고, 그에 따라 수익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만든다. 작은 눈덩어리가 갈수록 커지는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자영업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직종 종사하든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으면 더 큰 수익이 따른다. 변호사와 의사들 사이에 '대중과의 접촉을 최대한 늘려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명해지고 지명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환자나 고객수가 많아지고 수익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 경구가 생겨났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의사와 변호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방송이나 유튜브에 열심히 등장하는 수많은 의사와 변호사들이 그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직종은 모두 마찬가지다. 대중의 사랑을 획득하면 엄청난 돈과 권력이 따라오지만, 대중의 사랑에서 멀어지면 매우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다. 정치인들에게 '부고訃告만 빼고 매일 신문에 등장하라'는 경구가 통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이 생명줄만큼이나 큰 편차로 개인의 삶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중과의 접촉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미리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인기를 얻는 데는 실력이나 완성도 보다 대중과의 접촉 빈도가 많을수록, 즉 친숙성이 높아질수록 더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인기를 얻은 콘텐츠의 경우,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정교하게 발달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면 수익을 더욱 극대화 수 있다. 인기 콘텐츠를 원본 그대로 다른 채널이나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전파하는 *창구 효과(Window Effect)와, 콘텐츠의 원형을 다양한 장르로 변용해서 수익을 확대하는 *원소스 멀티 유스(OSMU, One Sourse Multi-Use)  마케팅 기법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래서 대박이 더 큰 대박으로 이어지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혼을 갈아 넣으면 대박이 가능할까


 그런 <BTS>나 <명량>, <국제시장>, <신과 함께>,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ㅇㅇ우유 생크림빵>처럼 큰 성공을 거두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허무하게 사라지는 콘텐츠나 상품이 실제로는 더 많다. 대중은 냉정하고 또 냉정한 듯 보인다. 대박은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것 같지는 않다.


성공과 실패가 뚜렷하게 나뉘다 보니 지 못할 일도 벌다. 요즘은 보기 어려워졌지만 예전엔 드라마나 영화의 *크랭크 인(Crank In)을 앞두고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성공을 향한 절실함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명하게 드내는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행 관련 프로젝트를 오래 많이 수행한 사람일수록 흥행 성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 만든 작품,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은 꼭 흥행할 거야!'라고 예상한 작품이 참패하기도 다. 그래서 흥행은 그저 하늘이 주는 선물이거나 운(運)이나 혹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흥행 여부는 신의 영역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흥행 비즈니스는 하느님과 동업하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있 정도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과학과 학문을 통해 극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있는 이 시대에 '흥행'의 영역만이 여전히 신비와 주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흥행은 도무지 알 수 없다 장이 아주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흥행의 성패를 결정짓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 흥행과 관련해서는 '할 짓 못할 짓 다 해 봐야 한다'라는 말도 있고, '영혼을 갈아 넣어라!'라는 말도 있다. 얼마나 얻기 힘든 흥행이면 이런 말들이 생겨났을까. 피와 땀을 쏟아부으면 하늘이 감동해서 대박이란 선물을 내려주는 것일까? 


어떤 일의 결과를 사람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운명과 신을 호출한다. 과학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종교를 불러들이는 셈이다. 기도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삶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일을 그냥 관이나 행, (運)과 우연에만 맡겨서야 되겠는가. 점집을 드나들고 사주팔자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흥행을 불가지(不可知)의 성역으로 치부해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흥행에 관한 한 '신의 영역'에 내맡기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게 현실이다.


필자는 흥행 분야도 공부하고 익히는 과정이 필수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흔한 말로 내공이 제대로 쌓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난다고 단언할 수 있다. 흥행 기법들을 제대로 알고 정교하게 적용하면 대중의 관심과 선택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다. 영혼을 갈아 넣더라도 제대로 갈아 넣어야 한다.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흥행 요소를 철저하게 빈틈없이 담을 필요가 있다. 바로 여기에 영혼을 바칠만한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상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을 엉뚱하게 잡거나, 콘셉트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흥행과 거리가 멀어지는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은 '패배할 전투는 하지 않다'는 원칙 아래, '모든 전략과 지략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들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은 어떤가? '첫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다.'이다. 그럼 우리도 '흥행에 실패할 기획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 아래, '모든 흥행 전략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기획만 도출해야' 마땅하다. "흥행에 실패하지 않겠다, 이 원칙을 잊지 않겠다"는 원칙 잊지 않아야 한다.


영화계의 전설로 통하는 신상옥 감독과 함께 일했던 배우 한 분의 증언을 는 잊지 못다. 신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벼랑 끝에 자신을 묶어 놓듯이, 자신의 집까지 저당 잡히고 모든 걸 걸어놓고 영화를 제작했다고 다. 그만큼 결연한 각오로 임했다는 말다. 전쟁과 투자와 흥행은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공통점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흥행의 성패를 결정짓는 기획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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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네이버 지식 백과)


*매몰비용(埋沒費用, sunk cost) : 어떤 선택의 번복 여부와 무관하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계비용(限界費用, marginal cost) : 생산량을 한 단위 증가시키는데 필요한 생산비의 증가분을 가리킨다. 한계생산비(限界生産費)라고도 한다.(위키 백과)


*한계수입(限界收入, marginal revenue) : 생산자가 한 개의 상품을 더 팔 때 얻는 추가 수입(매출액)을 말한다.(위키 백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 : 작은 규모로 시작한 것이 가속도가 붙어 큰 효과를 불러오는 현상(네이버 지식 백과)


*창구 효과(Window Effect) : 하나의 프로그램을 서로 다른 시점에서 서로 다른 채널을 통해 공급하여 프로그램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적인 배포 방식(네이버 지식 백과)


*원소스 멀티 유스(OSMU, One Sourse Multi-Use) :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네이버 지식 백과)

 

*크랭크 인(Crank In) : 영화 촬영을 처음 시작하는 것(네이버 지식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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