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기획의 R&R
PM, PL, PO, 서비스 기획, 전략 기획, QA, CS 기타 등등...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내가 뭐 하는 사람인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기획자'라는 말 자체도 그렇다.
애매하지 않은가..? "뭘 어디까지 얼만큼 기획하는 사람인데?" 싶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회사에 가서 보면 말이 좋아 서비스 기획자지
실상 이런저런 오만 잡무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 모든 걸 다 서비스 기획자가 하게 되는가..?
1. 뭔가 애매한 포지션의 잡무가 생긴다.
2. 이 일을 누가 하는 게 가장 적합할지 정하기가 애매하다.
3. 대부분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할 일은 아니다.
4. PM이 있으면 PM이 잡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5. 작고 귀여운 회사에서는 서비스 기획자가 PM까지 맡는 경우가 많다.
6. 이런 잡무는 보통 서비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7. 서비스를 누가 가장 잘 알고 있는가?
8. 당연히 서비스 기획자다.
대충 이런 플로우의 반복인 거 같다.
물론 크고 체계가 잘 잡혀있는 회사에 다니신다면 이런 일은 없을 수 있다.
(없을 수 있는 거지 아예 없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세상에는 많은 예상외의 케이스들이 있으니까)
오늘은 기획자로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몇 가지 잡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많이 하게 되는 업무를 꼽자면 이 세 가지인 것 같다.
PM이 없다면 프로젝트 매니징을 누가 하는 게 맞겠는가?
당연히 기획자다.
기획하고 기획에 맞게 디자인되고 있는지 디자이너에게 확인하고
기획에 맞게 디자인된 결과물이 기획에 맞게 개발되고 있는지 개발자에게 확인하고
정해진 일정대로 개발이 마무리될 수 있게 매니징 하는 것까지
모두 서비스 기획자가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추가적으로 타 팀이나 외부 업체와의 컨텍 포인트까지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정말 PM처럼 일정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지는 경우는 잘 없고
그냥 전반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느낌이라고 보면 될 거 같다.
그럼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누구 하나 굳이 멱살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 개발 일정이 딜레이 된다. > 책임질 사람이 없다. > 흐지부지 프로젝트가 느리게 진행된다.
> 계속 반복된다. > 사업적,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된다.
SI나 에이전시는 기본적으로 PM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PM이 없는 경우가 드물지만
인하우스나 스타트업의 경우 정확한 실무 포지션이 있는 게 아닌 PM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QA팀이 없다면 QA 문서를 누가 작성하는 게 맞겠는가?
당연히 기획자다.
신규 기능을 기획한 사람도 기존 기능을 디벨롭한 사람도 기획자이기 때문에
어떤 액션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기획자다.
그리고 QA문서는 QA팀이 따로 있더라도 기획자가 작성해야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똑같은 포지션으로 취업을 하더라도 회사마다 포지션에 주어지는 업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일전에 다녔던 회사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QA 팀이 따로 있었다
그 회사의 QA 팀은 QA 문서를 써주지는 않고 정말 QA 만 진행했다.
기획자인 내가 QA 문서를 작성해서 전달하면 며칠 동안 문서를 바탕으로 정말 테스트만 진행하셨었다.
지금 회사와 제휴하는 다른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엿보면 또 다르다.
QA 팀이 따로 있고 QA 문서 또한 기획서를 기반으로 QA 팀에서 작성한다.
QA 문서 작성도 실제 테스트도 모두 QA 팀에서 진행한다.
이처럼 같은 포지션이지만 회사마다 포지션에 주어지는 업무가 다른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큰 회사로 간다고 하더라도 QA 문서는 작성하게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QA 문서를 PM이 작성하는 것으로 업무 분담을 했었다.
그런데 본인이 기획한 기능이 아니다 보니 문서 쓰는 속도도 느렸고 문서의 퀄리티도 아쉬웠다.
QA 문서 퀄리티가 떨어지면 QA 테스트의 퀄리티도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가 기획한 기능에 대한 QA 문서는 내가 작성하는 것으로 업무 분담을 다시 했다.
이처럼 포지션과 업무 체계나 프로세스는 팀의 구성원과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변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뭐 하나 꼽아서 "이게 정답이다!" 하기는 힘든 것 같다.
이건 전략 기획인지도 모르고 흐지부지 서비스 기획자가 진행하게 되는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사실 경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이건 서비스 기획자 일은 아니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서비스 기획자지만 팀장급이라던지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입장이라면 전략기획까지 고민하는 것도 어찌 보면 맞는 일이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있는 회사라면 전략기획은 사업팀에서 담당하거나
PO, PL 정도의 포지션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 기획은 서비스 기획과 다르게 더 큰 그림을 봐야 된다.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시장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
이 아이템으로 어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크고 중요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전략기획 담당자가 별도로 없는 회사는 크게 두 가지 케이스가 있을 거 같다.
첫 번째는 큰 그림 없이 흐지부지 시작해서 흐지부지 만들어 내는 케이스
두 번째는 그래도 누군가 한 명이 멱살 잡고 전략기획까지 고민하는 케이스
두 번째 케이스라면 정말 다행이지만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첫 번째 케이스도 드물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성장 욕심이 있는 서비스 기획자가 있다면
두 번째 케이스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고 아니라면 슬픈 일이다...
이처럼 서비스 기획자라는 포지션은 이런저런 잡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이다.
도맡아야 할 잡무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체계가 잘 잡힌 더 큰 회사를 가면 되지만
인생이란 게 내 맘대로 되지가 않으니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도망친 다른 회사에서는 또 다른 잡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경기가 안 좋아서 이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도망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헤어질 수 없다면 사이좋게 지내려 노력하고 예쁘게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업무가 주어진다면 이를 활용해서 내가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퍼블리에서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 님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여러분은 한 달을 일하고 월급만 받아 가세요? 아니면 일 속에 들어 있는 이런 다양한 것들을 다 경험하세요?" 제가 강연할 때 늘 하는 이야기예요. 본업은 지시받는 것만 하고 부업에 힘을 쏟는다면 그 일 속에 겹겹이 들어 있는 것들을 많이 놓치는 것 아닐까요?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놓치고 있는데, 과연 다른 데 가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 자기 앞에 있는 걸 왜 활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인데, 이건 아마도 '회사의 일을 내가 해준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회사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자기 일이 아니에요? 회사가 주는 기회를 활용해서 나의 일을 하고 기여하는 거예요. 내 거예요.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애정이 달라지죠.
회사를 위해 일한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회사를 통해 내가 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회사가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놓치지 말고 챙겨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