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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Apr 18. 2024

낮은음 자리표

06. 눈물 아닌 눈을

지수는 조용히 은우의 얘기를 듣고 있다.

은우는 처음엔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앉아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그 '해소'라는 단어에 이끌려 홀리듯 상담을 예약했지만 무엇을 상담할지 아니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차피 카페 아닌가. 커피 한잔 마신 셈 치자.

은우가 주문한 커피를 준비하는 지수는 별다른 것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은우는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는 지수를 바라보며 커피나 그녀의 동작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그러면서 시작되었다. 자신의 얘기가. 자신이 힘들어하고 있는 감정의 뭉탱이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오늘도 지수는 조용히 은우의 얘기를 듣는다.

한참을 얘기하던 은우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가 그토록  싫어하고 피하고 싶었던

그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눈물은 나약함이다.

눈물은 슬픔이다. 눈물은 분노다.

눈물은 무능함의 표상이다. 눈물은 족쇄다.

눈물은 두려움이다. 눈물은 헤어짐의 징표다.

아 무서운 눈물. 나는 이런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도망갈 것이다.

아니 그런 눈물이 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나는 지켜주고 싶다. 나의 소중한 것을.

나는 잃고 싶지 않다. 나의 가족을.

나는 되찾고 싶다. 나의 모습을.


은우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 피해왔던 그리고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카페문을 나서는 은우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날 왜 이곳에서 신발끈이 풀어졌을까.

그날 왜 나는 멈춰 서서 '낮은음 자리표'를 보았을까.

나는 왜 '해소'라는 말에 이끌렸을까.

나는 감사한다. 이 모든 순간을.

은우는 걸어가며 지수가 마지막에 한 말을 떠올린다.

'흐르는 눈물은 흐르는 대로 놔두세요. 그리고

눈물이 아닌 그 사람의 눈을 바라 봐주세요.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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