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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Apr 25. 2024

낮은음 자리표

08. 지저스 오 지저스

'To be Or Not to be'

'사느냐 죽느냐' 햄릿의 고민이 그것이었까?

나는 오늘 목숨과도 같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가장 낮은 곳을 살다가 가장 높은 에덴으로

가신 지저스를 섬길 것인가?

가장 높은 올림푸스에 살면서도 가장 천한

인간들보다 더 낮은 욕망 속에서 허우적 대

제우스를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오늘 또다시 헤매인다.

'Jesus Or Zeus'

'지저스 오 제우스' 깊은 두감정의 수렁 속을.


바이올렛은 자신이 직접 쓰고 주연을 맡은 세계적 뮤지컬 <Jesus Or Zeus 지저스 오 제우스>를 거실에 걸린 커다란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한번 연습에 들어가면 그 누가 말을 걸어도 들려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면 아예 들리지 않는다.

그날도 바이올렛은 현실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만을 걸친 채 거울 앞에 서 있다.

그녀는 지저스를 경배하기도 제우스에게 무릎을 꿇기도 하면서 때로는 지저스가 되어 피를 흘리기도 때로는 제우스가 되어 인간들을 비웃기도 하면서 영감에 이끌려 쓰고 고치고 다시 써 내려간 대본을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연극에 심취된 그녀 앞에 하나의 커다란 벽이 보인다.

아마도 저 벽은 넘지 못할 것 같다.

너무 높고 너무 두껍다.

벽이 점점 가까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벽은 화려하지만 엄숙해 보이는 감청색 가운드레스를 입고 강렬한 붉은빛을 발하는 루비목걸이를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 여인은 근엄한 표정에 어딘가 화가 난 듯하다.

그 여인은 바로 어머니다.

순간 바이올렛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너무나 연극에 몰입해서였을까?

그녀는 그녀의 두려운 심연까지 내려간 것이다.

그 심연 속에 화가 난 어머니의 얼굴과 실망한 어머니의 눈동자가 도사리고 있다.


바이올렛은 뛰쳐나갔다.

커다란 거울이 걸린 거실에서.

그리고 달렸다. 도망쳤다. 뛰고 또 뛰었다. 정신없이.

정처 없이 헤매는 그녀는 도움이 필요하다.

'낮피'가 도움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저 낮피라는 것이 도와줄지도 모른다.


샤롯데씨어터에서 바이올렛의 새 작품 <지저스 오 지저스 Jesus Oh Jesus >공연이 한창이다.

수많의 관객들은 행복한 시간을 유영하다 잠깐 주어진 인티미션에 1막의 감동을 얘기하고 고조되었던 감정을 추수리고 있다.

지수는 꽃다발을 공연관계자에게 전달한다.

"공연후에 바이올렛씨에게 전해주시겠어요."

오늘 지수는 바이올렛의 초대를 받아 극장에 왔다.

처음 맨발로 카페에 온 바이올렛은 상당히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회복되고 있다.

그녀는 어른으로 거듭나고 있다.

어머니의 그늘에 그동안 갖혀 있던 어린아이에서 독립하여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하나의 자유인으로 태어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우상偶像속에 갖혀 있다. 

우상은 만들어진 가짜 모양이다. 가짜모양이 진짜모양을 가리고 우리를 속박한다.

본래 자유롭게 태어난 우리를 그들이 정한 틀속에 가둔다.

틀을 깨고 우상을 버리라.

젖먹이 아기가 성장하여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집을 떠나는 것처럼.

진정한 자신의 본래 형상과 모양을 찾아가라.

지수의 꽃다발엔 간단한 메시지가 적혀 있다.

{새 작품에 초대해주셔서 고마워요^^

지저스와 제우스사이에서 방황하던 전 작품도 좋았고

이번 작품 지저스 오 지저스도 새롭게 거듭나는 바이올렛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어서 좋아요.

from J.S.Ch}


예쁜 보라색 구두를 신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바이올렛이 차에서 내린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낮커로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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