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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Apr 29. 2024

낮은음 자리표

09. 답답한 마음

"아 그렇게 하랬다고 진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채은씨. 정말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 참."

송원장은 오늘도 채은에게 화를 내고 있다.

미안하고 무안하다.

"죄송합니다."

채은은 조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선생님들은 잠깐 이광경을 지켜보다 별다른 게 없다고 여겼는지 자기 일로 관심을 돌렸다.

"알았어요. 자리로 돌아가세요."

송원장은 채은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짓하며 말한다.


쉬는 시간 기분이 우울채은은 학원건물 1층커피숍에 내려가고 그곳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 연희를  만난다.

"마침 주문한려고 했는데 커피 마실래?"

채은이 반갑게 묻는다.

"좋~죠. 난 아아요. 샷추가로요. 언니."

연희주문키오스크에서 손가락으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가리킨다.

"아까 보니까 송원장 또 언니한테 지랄하던데요. 요즘 별거 중이라 지신경 날카롭다는 거 엄청 티 내네요."

기운 없어 보이는 채은을 위해서인지 연희는 송원장얘기를 꺼낸다.

"별거 중이라고? 송원장님이?"

"아이고 언니! 송원장 별거 중이라는 거 학원선생님들은 다 알아요. 아니다. 지금 보니까 언니만 빼고요"

둘은 둥근 테이블을 에 두고 소파에 앉는다.

"오늘은 왜 그런 거예요? 송원장이"

마치 자기 일인 듯 화난 표정으로 연희가 묻는다.

"전에 수업시간에 아이들하고 게임하며 놀았던 적이 있었어. 원장님이 그걸 보시고 아예  나가서 노는 게 낫겠어요라고 말씀하셔서 생각해 보니 좋을 것 같아 어제는 아이들하고 나가서 재밌게 놀았거든. 아이들 행복한 얼굴 보니까 나도 행복했고.."


듣고 있던 연희가 채은의 말에 끼어든다.

"언니 아직도 송원장 성격 모르세요?"

연희는 채은이 어이없으면서 가엽다고 생각한다.

"언니 그건 빈정대는 거잖아요. 자기가 정해놓은 수업방식대로 하라는 압력이고요. 아이고 우리 언니 순진한 거야 아니면.."

연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말한다.

"언니네반 아이들 성적이 좋아 그렇지. 그것 아니면 언니 잘려도 예전에 잘렸을 거야. 내가 언니 이런 순수함이 좋아 여기까지 쫓아왔네.. 큭큭"

"정말이야? 나 따라서 여기 학원에 온 거야?"

"아이고 언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하. 됐어 됐어.

내가 무슨 말을 못 해요.

언니 사람들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듣지 마. 말속엔 다 뼈가 있다고요. 언중유골도 몰라. 똑똑한 언니가 이럴 땐 꼭 아이 같더라."

연희의 말을 듣는 채은은   송원장과의 일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답답한 사람이라 생각해서인지 그래서일까 그녀는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길게 들이켠다.


채은은 한 유명학원의 선생님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표현 그대로 믿는 사람이라 어떨 때는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이런 채은에게 척하면 착하고 찰떡처럼 알아들어야 하는 한국 같은 고맥락의 사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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