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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날 백대백 May 09. 2024

낮은음 자리표

12. 텃밭 앞에서

지수는 수일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수일의 얘기를 듣는 지수는 자신 역시 수일과 마찬가지로 방황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고등학생이었던 지수는 그날도 교회밖에서 서성이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마음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왜 그렇게 안전부절 못하고 있니? 어디 몸이 불편한 거니?"

교회옆 작은  텃밭에서 물을 주고 있던 노인이 지수에게 말을 건넨다.

"예배시간이 다 되었는데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

지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말한 것에 놀라 노인을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안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지만 주일엔 예배를 드려야 하잖아요!"

지수는 난처한 듯 말한다.

"그럼 빨리 예배드리러 들어가렴"

노인은 이번에도 재밌다는 듯 지수를 바라본다.

"하지만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 알 수 없는 뭔가로 가슴이 답답한걸요"

"그렇구나.. 하면 귀를 막고 있으면 속이 시원해지려나?"

"할아버지! 지금 저는 심각하다고요."

노인의 말에 지수는 살짝 화가 난다.

"장난처럼 들렸다면 미안하구나. 나도 진심으로 말하는 거란다."

좀 전의 장난기 있던  얼굴에서 돌연 말 그대로  진심이 느껴졌는지 지수는 좀 전 자신이 화를 낸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제가 너무 버릇없이 말했어요."

지수는 빨개진 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린다.

"아니야 학생은 예의 없이 말하지 않았어. 솔직한 말인걸. 그런데  학생이름이 뭐지?"

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지수에게 묻는다.

"앗, 제 이름은 최지수예요. 교회옆 화랑 여자고등학교 학생이고요."

"지수.. 지수야 반갑구나.

나는 교회잡일을 도와주고 있는 노인이란다."

지수와 노인은 서로 인사를 한다.

노인과 지수는 그렇게 만났다.

교회옆 작은 텃밭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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