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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든 Jun 25. 2024

[책 추천]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를 읽고

'바디프로필용 몸'을 갈망하게 만드는 사회

신한슬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나는 이 책 제목의 단호한 마침표가 너무 마음에 든다.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의 뒷쪽 책날개에 적혀있던 책 제목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살 빼려고 운동하는가 아닌데요.>. 이 책은 여성이 운동을 하며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들,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몸을 품평 하고 모욕하는지(body shaming), 그리고 여성들의 '빼앗긴 운동장'에 대해 다룬다. 



헬스장 광고의 목표는 성별에 따라 정반대다. 남성의 몸은 키우고, 여성의 몸은 줄이겠다고 단언한다. 더러 보디빌더 같은 여성의 이미지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건 가늘고 마르고 날씬한 몸이다. 건강 보다는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신한슬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사람의 신장 따른 정상체중과 미용체중이 적힌 표는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애초에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든지도 모르는 이 표는 많은 여성들에게 "옷태가 살아나고 예뻐지기 위해" 미용체중에 도달 하고자 하는 은밀한 욕망을 심어 넣었다. 남성의 정상체중과 여성의 정상체중이 받아들여지는 인식은 다르다. 남자는 정상체중 범위로 만족하지만, 여자들은 정상범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미용체중을 추구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자는 "예뻐야만" 하니까.


저자 신한슬은 살을 빼려는 목적이 아니라 체력을 늘리고 건강해지기 위해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다. 그는 건강을 위협받을 정도로 과체중도 아니었고, 고된 직장생활 때문에 망가진 건강을 되찾고 "현상유지"를 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의 운동 목적은 '건강'이라고 사전에 (남)트레이너에게 명확하게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체중감량과 미용에 치중된 피드백을 들어야 했다. 작가 본인도 덧붙였지만, 해당 트레이너를 나무랄 의도는 없다.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의 운동이 얼마나 체중감량과 미용에 치중되었으며, 수 많은 여성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한다.



사회가 여성과 남성에게 세뇌한 '가장 예쁜 모습'은 내가 내 몸이라 여기고 살았던 지금까지의 모습이 아니다 … 이 욕망은 가짜이고, 미디어와 광고의 세뇌이며, 문제적이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굶던 시절에 사진을 남기면, 사는 동안 내내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지 않을까?

신한슬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2019년 발행된 해당 책에선 결혼사진을 통해 '인생사진'이라는 키워드를 다루지만, 나는 요즘식으로 빗대어 바디프로필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다. 


바디프로필은 본래 꾸준한 운동으로 이뤄낸 '건강한 몸' 이라는 결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운동에 동기부여도 되고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목적이 퇴색된 바디프로필은 해롭다. SNS의 일상화와 인증샷 문화로 유행처럼 번진 바디프로필은 빠르게 산업화 되어 단기간에 원하는 몸매를 (=여자연예인 처럼 깡마른) 만들어준다고 유혹한다. 그리고 운동만으론 '바디프로필용 몸'을 만들 수 없다며 고강도 운동과 더불어 극단적인 식이조절로 단기간에 체지방을 바싹 태워버린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 정상치를 한참 밑도는 체지방률을 목표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빼빼 마른 몸, 즉, 그들이 말하는 '바디프로필용 몸' 으로 탈바꿈 시킨다. 


이렇게 극단적인 과정을 거친 몸이 결코 정상일리가 없다. '바디프로필 부작용', '바디프로필 후회'를 검색 해보면 실제로 바디프로필 경험자들이 겪은 부작용으로 탈모, 생리불순, 빈혈, 위장장애, 체력저하, 섭식장애 등 과 같이 각종 건강상의 문제를 토로 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헬스장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식단을 정해주고 운동을 시키는 트레이너들에게 오롯이 전가할 수 는 없다 생각한다. 여성에게 극단적인 운동과 식이조절로 코르셋을 강요하고 '바디프로필용 몸'을 갈망하게 만드는 사회를 규탄한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예쁜 여성'의 모습은 늘 날씬하다. 날씬하지 않은 여성은 코믹한 역할을 부여 받거나 애초에 방송에 나오지도 못한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여성의 기본값은 '마른여성'이다. 10대 소녀들이 우러러보는 여자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50kg 미만으로 작고 가냘프다. 이를 통해 "모두가 말랐는데 나만 뚱뚱해" 와 같이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로인해 '뼈말라' 같은 극단적인 굶주림 다이어트가 성행하기도 한다. 그러니 정상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바싹 말려 찍는 바디프로필은 "아름다운 여자라면 말라야만 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바디프로필 산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사회가 바라는대로 예뻐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망은 다양한 곳에서 너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 죽기 살기로 바짝 말린 몸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주는 한 뼘짜리 바디프로필 의상, 그 옷을 입기 위한 왁싱, 메이크업, 그리고 전문 촬영 스튜디오까지... 바디프로필 속 여성들은 포르노를 연상시키듯 한 뼘짜리 비키니를 입은 채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도발적이거나 무해한 표정을 지어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 시킨다. 그래야 "예쁘다고" 칭찬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의 팔뚝과 다리가 두껍고 근육질이면 징그럽다며 폄하된다. 남성에게 성적 대상화 되지 않는 여성의 몸은 아름답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자는 말랐어도 굴곡져야하고, 근육이 탄탄 하면서도 "남성을 위협 할 정도로" 근육질이어서는 안된다. 바디프로필은 동기부여나 그동안 고생한 자신을 위한 포상이 아니라, 결국 타인의 찬양에 목마른 바디프로필로 변질 되어버렸다. 물론 최근들어 여성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한 결과물로 건강하고 건전한 바디프로필을 찍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면 날씬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남성들의 눈요깃거리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바디프로필은 여성의 운동은 체중감량과 미용을 위한 것 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킬 것이다. 



여성들이 더 많은 운동장을 점령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그리고 모든 운동은 여성들의 운동이다. 

신한슬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닌데요.>

나는 어렸을때 동네에서 알아주는 골목대장이었다. 놀이터 한가운데 서서 "얘들아 다 모여!" 외치면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놀이터로 모여들어 깡통차기, 공놀이,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함께 했다. 그 누구도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같이 무리에 섞에 놀 수 없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2차 성징이 막 시작 될 무렵, 놀이터의 여자 아이들은 하나 둘 씩 사라져 갔다. 가슴이 커져서 흔들리기 때문에, 또 그 모습을 본 남자아이들이 놀리기 때문에, 엉덩이가 무거워져 뛰는게 힘들어서, 다 큰 여자애가 "선머슴처럼" 야외 활동을 하는걸 탐탁찮아하는 부모의 잔소리 때문에... 등 이유는 다양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여자아이가 운동을 중도포기 하는 비율은 남자아이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도 산책을 하다보면 축구장과 농구코트는 남자아이들만 있는걸 볼 수 있다 (그래서 가끔가다 여자아이들이 축구공을 차고 농구공을 튕기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이 멋진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근육의 모양과 힘의 차이는 있지만 여자의 몸도 남자의 몸과 똑같이 걷고 뛰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여자도 숨이 헐떡일 만큼 뛸 수 있고, 경쟁을 통해 기쁨과 분함을 느낄 수 있고, 어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량을 들어올릴 수 도 있다.



많은 여자들이 운동의 희열을 느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단련하고, 경쟁하고 도전하며 흘린 땀은 그 무엇보다도 값진 나를 위한 포상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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