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크골프 스포츠 지도사 준비를 하는 이유
어제는 지인과 함께 의정부에 가서 스크린파크골프를 쳤어요. 그곳은 수유리에서 약 30분 정도 조금 더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런데 확실히 한 동안 파크골프를 쉬었더니 감이 사라졌어요.
올해 5월이었어요. 파크골프 실기시험을 앞두고 저는 강원도 화천에 단역배우처럼 스며들어 갔어요. 실기시험을 보는 장소가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이었어요. 저녁이면 노곤해져 혼자 밥을 먹고 허름한 모텔 침대에서 널브러져 잠에 빠졌다가 첫닭처럼 신새벽에 일어나 파크골프장으로 종종걸음 쳤어요.
그렇게 한 달 여를 수은주 30도를 웃도는 땡볕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씩 맹훈련을 했어요. 훈련 중에 뒤땅을 잘못 쳐서 어깨가 나가 정형외과를 다니기도 했고 발부리에는 심한 물집과 티눈이 잡혀 한참을 고생했어요. 하얀 챙모자는 땀으로 시커멓게 얼룩이 져서 더 이상 쓸 수조차 없었어요.
오죽했으면 식당 아줌마가 몰골이 흉흉한 제 모습을 보고 강원 화천에 노가다 뛰러 왔는지 알았겠어요. 그 아줌마는 제가 측은해 보였는지 갈 때마다 곁가지 반찬을 추가로 내놓았어요. 물론 저도 고마워서 자투리돈은 받지 않았지만요.
저는 그렇게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굶주린 사자처럼 미친 듯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연습을 했어요. 누군가는 제게 물었어요. 파크골프 자격증이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면서 덕질하냐고요. 제가 그랬어요. 그것은 제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래서 스스로 형극의 가시밭길을 걸은 거라고요.
필기시험은 운이 좋아 합격을 했지만 실기시험 결과는 참담했어요. 파 5 홀에서 그만 더블파를 치고 만 거예요. 그 홀은 훈련할 때 이글이 나와주는 효자홀이어서 더욱 안타까웠어요. 아마 그 홀에서 평소처럼 이글을 쳤다면 저는 합격하고 걸걸한 목소리를 판소리 추임새를 낼 수 있었을 거예요.
제가 파크골프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있어요. 과거에 운동에 미친 적이 있어요. 배드민턴, 테니스, 마라톤이 대표적이에요. 특히 배드민턴과 테니스는 생활체육이라고 하더라도 승부의 세계는 한없이 냉혹했어요. 급수가 낮으면 배드민턴에서는 난타를 쳐 주지도 않고 테니스에서는 스트록도 잘 쳐주지 않았어요. 고수의 입장에서 자세를 버린다는 이유예요.
그래서 운동을 못하면 소외되고 서러워요. 급수가 낮으면 낮은 회원끼리 게임을 하거나 어쩌다가 고수한테 간택되기만을 바라는 처량한 신세가 돼요. 그래서 어차피 운동을 할 거면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50대 중반의 나이, 게다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줄기세포 무릎수술까지 한 저에게는 체력적으로 이끌어갈 만한 운동 종목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파크골프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것은 신기루였고 신세계였어요.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의 축소판이에요. 일반 골프는 14개의 채로 거리별 계산해서 치지만 파크골프는 채 하나 가지고 드라이와 어프로치, 퍼팅샷까지 다해요. 일반골프는 하늘로 공을 띄워서 거리를 조절하지만 파크골프는 굴려서 거리를 조절해요. 일반골프는 스냅을 많이 쓰지만 파크골프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밀어서 많이 쳐요. 일반골프는 젊은 층이 많이 있고 파크골프는 노년층이 많이 있어요.
파크골프는 평균 연령이 거의 거의 70이 다 되어 가요. 이곳에서 50대 중반인 제 나이는 그저 애송이일 뿐이에요. 그래서 미친 듯이 파크골프에 매진한다면 적어도 5년 후에는 제법 클래스가 올라갈 것이고, 10년이 지나면 그쪽에서는 나름대로 고수의 반열에 올라 후진양성을 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몇 달 전, 실기시험 준비할 때였어요. 스크린파크골프장에서 어프로치 연습을 하는데 어느 분이 노크를 하고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퇴직을 앞두고 공무원인데 공로연수를 받는데서 노후 운동으로는 파크골프를 강추했다고 그래요. 그래서 파크골프가 궁금해 들어와 봤다고 해요.
지금 파크골프의 인기는 파죽지세로 치닫고 있어요. 충남 청양도 100홀 이상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고, 파크골프회 동호회 가입하고 싶어도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리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 되었어요. 이번에 강원 화천으로 실기시험 전지훈련 갔을 때 이십 대의 젊은 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일반 골프 프로들이 파크골프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이 목도했어요.
그만큼 인기라는 것을 방증해요. 실례로 실버타운에서도 파크골프장이 없으면 분양 자체가 안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파크골프 성지인 대구에서는 초등학교부터 파크골프를 가르치고 있대요. 대구는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는 파크골프장만 해도 33개나 된다고 해요.
지금 계획은 내년도에 파크골프 장애인 스포츠 지도사 시험을 따로 볼 예정이에요. 올해는 파크골프 일반을 보았고요. 내년도에는 일반 파크골프와 장애인 파크골프 두 가지 시험을 치르니까 아무리 파크골프 지도사 시험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둘 중의 하나는 합격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저의 최종 목표는 스포츠지도사 2급을 딴 후에는 3년간 파크골프 지도 경력을 쌓아서 종국에는 1급 스포츠 지도사 시험 도전이에요. 저도 알아요. 1급 필기 과목이 너무 생경하고 전문성을 요구해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요. 하지만 오르지 못할 산이 어디 있으며 건너지 못할 강이 어디 있을까요.
또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급 스포츠 지도사 시험에 또다시 낙방한다 해도 이번에 파크골프 실기시험에 떨어지고도 후회하지 않은 것처럼 아마 최선을 경주한다면 결코 후회나 아쉬움의 멍울을 남기지 않을 것 같아요.
별을 그리면 별을 닮아가고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해요. 이렇게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진 것에 대해 저는 그저 감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