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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Oct 23. 2023

또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세 번째 학사 학위 취득에 도전한다


나는 지금 대학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3월 사이버대학교 3학년에 학사편입을 했다. 오래전부터 미술치료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사이버대학교에도 미술치료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걸 알았다. 각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교과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때마침 사이버대학교 전기 1차 원서 접수 기간이었다.


며칠 진지하게 고민했다. 50대라는 나이 때문은 아니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웹사이트를 몇 번이나 들락거렸다. 아무래도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용기를 냈다. 전형료 3만 원을 납부한 후 나의 학업 플랜을 작성했다. 단답형 5문항이 있었다. 제시된 질문에 대하여 짧은 형태로 답을 썼다. 이후 자기소개서를 썼다. 현재 살고 있는 곳, 직업, 학과 지원 동기 및 앞으로의 학업 계획에 관해 썼다.


적성검사에 응시했다. 적성검사는 기초학습 능력 파악을 위한 것이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난도가 높았다. 언어력, 수리력, 자료 해석 등과 관련된 문항이 출제되었다. 응시 시간은 30분이었다. 제출 마감시간까지 촉박하게 문제를 풀었다. 마지막으로 입학서류를 제출했다. 학사편입에 지원했기 때문에 4년제 대학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제출했다. 인터넷증명발급센터에서 발급받아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몇 주 후 합격자 발표가 났다. 지정된 기간 내에 등록금을 냈다. 1학점당 수업료는 8만 원이었다. 나는 5과목, 총 15학점을 수강신청 했다. 대부분의 사이버대학교는 다양한 교내장학금이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내게 해당하는 장학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나는 직장인 장학과 재교육 장학 신청 대상자였다. 연속학기 1년 간 수업료의 30%를 감면받을 수 있다. 단, 중복 수혜는 불가능하다.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국가장학금(한국장학재단)도 신청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사이버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에도 사이버대학교 3학년에 학사편입을 해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한 학기에 6과목, 총 18학점씩 들었다. 2년 만에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흔히들 사이버대학교에서는 설렁설렁 공부를 해도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 또한 10여 년 전 처음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동영상 강의 듣고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면 될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학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과목별로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었고 거기에 따른 여러 활동들이 요구되었다. 시험 응시 및 리포트 제출은 물론이고 팀프로젝트, 토론, 자유게시판 활용 글쓰기, Q&A 게시판 활용 교수님께 질문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야 했다. 오프라인 수업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었다.


나는 시간을 최대한 아껴 썼다. 장소 이동 시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운전 대신 지하철을 탔다. 이어폰을 꽂고 1강씩 들었다. 주말에는 집중해서 밀린 강의를 듣고 학습활동에 참여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토론방에 들어가서 댓글을 달았다. 그 덕분에 매 학기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다. 사이버대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졸업 후에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다. 있는 힘껏 쥐어짜며 일하다 보니 뭔가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학생들을 만났다. 나는 그저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였을 뿐이었는데 학생들은 종종 자신들의 마음을 열어 이야기했다. 그들의 속마음을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기도 했다. 스무 살 미혼모, 성형중독, 낙태, 우울증 등과 같은 마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학생들이 힘을 얻고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업했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자질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편입은 그런 나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편입 후 첫 학기는 엉망진창이었다. 예전에 사이버대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진짜 잘할 줄 알았는데 자기주도학습에 완전히 실패했다. 느슨한 마음으로 공부한 탓이었다. 몇 과목은 수강포기 신청도 했다. 결국 한 과목은 F도 받았다. 수업을 듣는 동안 미술치료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 것 같다는 성급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객관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졸업한 후에 내가 관련 직업을 가지고 일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자신이 없어졌다.


자퇴를 해야 할까 고민했다. 2학기 수강신청 마감날이 다가올 때까지 그냥 던져두고 있었다. 학과장님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셨다. 어려운 점이나 고민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내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교수님은 이왕 공부를 시작했으니 졸업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다음 학기에는 부담 없이 2과목만 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난 학기에 내가 왜 그토록 헤맸는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탓이었다. 공부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그냥 빨리 졸업해서 미술치료와 관련된 일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강신청 마감일 밤, 교수님 조언대로 2과목만 수강신청을 했다. 매 학기 2과목씩 듣는다면 졸업까지 6년이 걸린다. 졸업한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앞으로 쭉 나아가자고 생각했다.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오늘은 2학기 수업 시작한 지 9주 차 되는 날이다. 노트북을 열어 온라인 강의실로 들어갔다.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번 주에는 라이브 강의도 있다. 금요일까지 중간고사 대체 리포트도 제출해야 한다. 마음은 바쁘지만 배움은 즐겁고 설렌다. 오늘도 나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StartupStock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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