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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Apr 05. 2024

말레이시아 쿠쿱 어촌 마을 하루 나들이!

여행스케치도 하고 해산물 요리도 먹었다

 

하루 만에 다녀오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내 인생 첫 스케치 여행을 앞두고 너무나도 설렜다. 마치 소풍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의 나 같았다. 여행의 목적지는 싱가포르에서 멀지 않은 말레이시아 Johor Bahru(조호르바루)에 있는 Kukup Fishing Village(쿠쿱 어촌 마을)이었다.


아침 7시 반에 집합 장소에 갔다. 어떤 사람들과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될지 궁금했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4명이었다. 간단하게 통성명을 하고 화실 선생님의 차에 탔다. 말레이시아로 입국하기 위해 Tuas Checkpoint(투아스 체크포인트)로 향했다. 자동차 안에서 싱가포르 출국 심사와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30여 분쯤 후에 첫 번째 목적지인 Gelang Patah(겔랑 파타)에 도착했다. 먼저 아침을 먹었다. 볶음밥, 버섯조림, 만둣국, 치킨 카레, 생선 국수 등을 주문하여 조금씩 나눠 먹었다. 옆 가게에서 진한 커피 한 잔도 마셨다. 연유에 설탕까지 들어간 달달한 커피가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겔랑 파타에 있는 숯 공장이었다. 숯 공장 마당에는 벌목해 놓은 맹그로브 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맹그로브 나무는 해변이나 강 근처의 숲과 같은 습지에서 자라는 특별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벌목해 놓은 나무는 크기 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몸통과 가지는 숯으로 만들어지고 뿌리 부분은 땔감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겔랑 파타에서 생산된 숯은 내구성이 뛰어나며 조리할 때 음식에 숯불향이 잘 스며들어 인기가 다고 했다. 공장 관계자가 숯가마를 소개해 주었는데 일반적으로 숯가마에 껍질을 벗긴 나무를 넣고 일주일 정도 태운다고 했다. 한국에 있다면 숯가마뿐만 아니라 찜질방으로도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숯가마


땔감으로 쓰일 나무뿌리


숯 공장 주변에는 맹그로브 숲이 있고 그 사이로 강물이 흘렀다. 각자 스케치를 하고 싶은 장소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앉았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분은 모두 여러 번의 스케치 여행 경험이 있어서 스케치북을 펼쳐 익숙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내게 간단한 설명을 해 주셨다. “앤젤라, 내 말을 잘 들어보세요.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 사람들은 사각형의 프레임을 잡고 그 안에 있는 풍경을 그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관념에서 벗어나야 해요. 앤젤라가 그리고 싶은 부분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거나 중간에 생략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거예요. 마음의 눈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그리면 돼요. 그리고 풍경을 스케치하는 거지 드로잉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세요.


스케치는 간단한 선이나 형태를 사용하여 빠르게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거예요. 자유롭고 신속하게 그리면 돼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선을 그릴 때 스케치북에서 손을 자주 떼지 말고 쭉 연결해서 그리세요. 틀려도 계속 수정해서 그리면 되니까 자신 있게 그려 보세요.”


숯 공장에서 본 풍경, 맹그로브 숲이 보인다.


첫 풍경 스케치 장소


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을 바라보다가 하얀 도화지 위에 피그먼트 펜으로 첫 선을 그었다. 큰 형태를 잡고 세부적인 표현을 했다. 흰색 도화지가 점점 검은색 선으로 채워지는 동안 수없이 선을 고치고 멈추다 그리기를 반복했다. 머리로 이해한 것과 달리 원근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각도도 잘 못 맞췄다. 마음의 눈으로 짜 놓은 프레임에 나의 이야기를 담은 것에 만족했다.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그린 첫 풍경 스케치여서 의미가 깊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 스케치를 보면 오늘의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느낌이 떠오를 것 같았다.


주어진 1시간이 금세 흘렀다. 스케치한 그림들을 모두 한 데 모아 놓고 감상했다. 다른 사람들이 스케치한 그림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그 그림의 좋은 점과 조금 더 개선하면 좋을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그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이 시간이 참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인생 첫 풍경 스케치


스케치한 그림을 한 데 모아 놓고 감상했다.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해물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촌이기에 싱싱한 해물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말레이시아식 해물요리는 어떨지 궁금했다. 게찜, 생선찜, 조개요리, 달걀부침개, 나물볶음 등 여러 종류의 요리를 주문했다. 싱가포르에서 먹던 요리와 비슷해 보였지만 맛은 조금 달랐다. 재료가 싱싱해서 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맛있었다. 생강채를 얹은 게찜도, 간장 소스를 넣고 살짝 조린 조개요리도 내 입에 잘 맞았다. 살캉한 식감의 나물과 생선찜도 참 맛있었다. 찰기가 없어 포슬포슬 날아갈 것 같은 밥과 함께 맛나게 먹었다.


조개 요리와 게찜


생선찜



야채볶음


두 번째 목적지인 쿠쿱 어촌 마을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철제다리 위를 한참 걸어 들어가니 선착장이 나왔다. 진흙이 많은 맹그로브 해안 위에, 높은기둥 위에 지어진 수상 가옥들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이 집들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람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이따금씩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바다내음이 바람에 실려왔다.


쿠쿱 어촌 마을의 수상 가옥


어부들의 휴식 공간에서 본 풍경


어부들의 휴식 공간에 앉아 풍경을 그렸다. 나는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들과 길게 뻗은 다리를 스케치해 보고 싶었다. 선생님은 눈높이와 소실점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원근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소실점을 잘 이해해야 했다. 사진이 아닌 풍경을 보며 기본선 없이 바로 펜으로 그리다 보니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이해한 만큼만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을 담아 그렸다. 펜으로 쓱쓱 그릴 때 펜이 지면을 스치는 소리가 너무 좋았다. 윤슬에 눈이 부셨다. 첫 번째 그림보다는 조금 더 과감하게 그렸다. 다른 멤버들은 펜으로 그린 후 물감이나 색연필로 색을 입혔다. 1시간 후에 스케치한 그림을 모아 놓고 다 함께 감상했다.


두 번째 풍경 스케치 장소


두 번째 풍경 스케치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선생님의 친구분이 운영하는 과일 농장이었다. 간식으로 두리안, 잭푸르트와 같은 열대 과일을 먹었다. 크림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맛이 났다. 싱가포르 슈퍼마켓에서 사 먹은 두리안이나 잭푸르트와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농장에서는 두리안 나무도 볼 수 있었고, 꿀벌도 구경할 수 있었다. 벌침이 없는 벌도 만져 보았다. 시간이 촉박하여 스케치를 못하고 떠나게 되어 조금 아쉬웠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숯불에 구운 사테를 먹고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밤 10시쯤 집에 돌아왔다. 

                    

치킨 사테, 비프 사테. 하얀 떡(밥을 으깨 뭉친 것 같았다.)


과일 농장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그림을 좋아한다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서로 쉽게 이해하고 가까워졌다. 서로 다른 국적, 성별, 직업, 연령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풍경을 그리는 동안에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내면과 소통하는 각자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냈고, 그림을 감상할 때는 서로의 작품에 따뜻한 눈길로 평해 주었다.


인생 첫 스케치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내 안의 나와 소통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적인 시선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했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었다.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보면 그날의 풍경과 감정,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과의 대화가 선명하게 생각난다. 행복한 순간들이 떠올라 다시금 내 마음따뜻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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