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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 Dec 06. 2022

온당하게 단단하게

요즘 계속 머리에 남는 단어

타협 (妥協) [타ː협]발음듣기 명사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함. 
Compromise 온당하게 화합함

지난밤 이 단어가 내게 와서 이렇게도 콕 박혔다. 지나간 시간 속에 종종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자뭇 설명하는 말이라서 그럴까. 하지만 인생을 타협해왔다는 관점이나 의심은 영 진실이 아닐텐데... 묘하게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타협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던 생 위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입시를 해서 붙었던 고등학교에는 날고 기는 친구들이 드글거렸다. 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하는 조용하지만 밀림같은 경쟁이 도사린 곳이었다. 마음이 점차 나약해졌더니 나 자신을 찾고 싶었졌다. 그 길로 기아가 주최사였던 청소년 히말라야 원정대에 지원했고, 원정대원으로 고교 때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바로 아래의 칼라파타르산 5555m를 완등하는 결과를 이루었다. 



이 과정을 오랜만에 회상해보니 결국 얻은 것은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발목이 퉁퉁 부었을 때는 차대장님께 의지했고, 제일 맏언니 푸름언니가 고소증에 힘들어 할때는 짐을 나누어들었다. 특들어도 곁에서 매일 아침 짜이티를 건네주는 셰르파 쿠마리도 잊을 수 없는 원동력과 에너지를 주는 이였다. 그는 매일 8시간이상 씩 걸어서 힘들고 지친 하루의 등산에도 그는 재치와 기지로 허름한 주방에서 푸름언니의 케이크를 직접 데코해 파티를 열었다. 



또 수십키로를 걷고 어지러울 때 쯤 도착한 롯지에서는 어린 현지인 친구가 우리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반겨주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어주며 눈 녹듯이 피로가 가셨다. 어깨동무도 하고 나와 친하져서 사진을 잔뜩 찍어주며 등산하며 생기는 전우애와 또 다른 인간적인 교류를 느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서로가 있었기에 이토록 높고 오래도록 걸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길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계속 걷는 일뿐이다. 계속해서 내닫는 발걸음의 무게는 저마다 다르지만 잠깐씩 짐을 대신 들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을 뿐이다. 그런데 이 소소함 덕분에 그 한걸음이 수천걸음이 될 수 있었고 오래도록 갈 수 있었다. 



당시 인연들은 스쳐지나갔지만, 이 길 위에서 나누었던 강인함, 다정함, 귀기울임, 응원이 내가 그 때 이후에 가는 인생의 길에서 도로 남과 베풀 수 있는 향기같은 발자취가 되어 돌아왔다. 



이른 나이에 신기하고 운좋게 이런 길을 떠나는 경험들을 해보았네. 이렇게 때때로 생의 도전을 했던 나만의 방식을 회상해보니 의심을 하던 마음은 사라졌다. 타협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도 온당한 단단한 여정이라고 느껴지게 됐다. 앞으로도 현실과 타협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찾아 올 텐데 그 와중에 나는 나만의 단단한 길을 계속해서 또 도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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