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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DO Nov 16. 2024

강변의 시간들

T에 F가 묻는 시간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 남한강변에서

시간은 물결처럼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구름이 그리는 하늘의 수채화 아래

각자의 이야기가 무르익어 갔다



"아빠, 가을 산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가을 하늘을 타고 울린다

그 순수한 감탄 속에는

세상을 처음 발견하는 기쁨이 담겨있다

아버지는 딸의 눈빛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한다

시간은 때로 이렇게 둥글게 흐르나 보다


옆 테이블의 할머니는

창밖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오래된 기억 속을 거닌다

"예전에 빠리 세느강 갔을 때가 생각나네..."

아흔 해의 세월이 담긴 목소리로

젊은 날의 파리를 회상한다

강물은 세느강이 되고

늦가을 단풍은 샹젤리제의 가로수가 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기억의 편린이

커피 잔에 잔잔히 맴돈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미래를 향한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인공지능이 그려낼 새로운 세상

기술이 바꿀 우리의 내일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대화 속에서

진보와 성장의 꿈이 피어난다


강변의 노천 카페에는

이렇게 다른 시간들이 공존한다

처음 발견하는 세상의 경이로움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고민


황금빛으로 물든 산자락은

묵묵히 이 모든 이야기를 품어안고

계절의 끝자락을 수놓는다

옅은 구름이 흐르는 하늘 아래

남한강은 오늘도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바람은 때로는 소녀의 웃음을,

때로는 할머니의 추억을,

때로는 미래를 향한 열망을 전한다

각자의 마음속에 머무는 시간은 달라도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강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커피 향이 실린 바람이

산자락을 스쳐 지나가고

강물은 끝없이 흘러간다

시간도 멈춘 듯한 이 오후에

우리는 자연이 선물한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우리만의 시를 쓰고 있다


가을 강변의 노천 카페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시인이 되어

각자의 詩를 써내려간다

그렇게 오후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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