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 카라키, 프랑스 인문 도서
검토든 번역이든 편집이든, 책 만드는 일의 좋은 점은 다양한 장르, 다양한 분야의 신작을 최전선에서 읽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꽤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마이클 영의 <능력주의>를 시작으로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까지, 능력주의의 허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책은 서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차별점이라면 저자가 사회학자가 아닌 생물학자라는 점. 저자는 유전학, 신경학 등 과학 분야의 최신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그 능력주의의 맹점을 꽤 강렬하게, 때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직설적인 어조로 비판한다.
배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알아 가는, 배우고자 욕망하는, 인내가 중요하다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욕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는, 지식에 다가갈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할 수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스캔들이 터졌던 나라의 엘리트 대학들, 즉 브라운, 다트머스, 프린스턴, 예일 같은 대학은 소득 분포가 하위 60%인 학생보다 상위 1%인 학생들의 입학을 더 많이 허용했다. 보편적인 척도로 볼 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IQ가 높은 사람에 비해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IQ가 낮은 사람이 더 많이 성공한다. 개인의 자유, 능력주의의 신화는 강력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성별이나 피부색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특권이 노력의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교육 수준이 더 낮은 백인이 교육 수준 높은 흑인보다, 그리고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이 동등한 교육을 받은 여성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인지 특성에 있어서 사회,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그저 과학계의 뿌리 깊은 오류다.
과학자들의 질문, 그들이 수집하는 데이터, 결과에 대한 해석은 모두 사회 정치 환경의 일부다.
인종이란 유전적인 구분도, 생물학적인 구분도 아니다. 그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 구성일 뿐이다.
수많은 과학 연구는 특정 인종에서만 나타나는 생물학적 특성을 식별하지 못했다. 모든 인간은 하나의 종이다. 동물이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되는 것과 달리 인간 종 사이에는 구분이 없다. 피부색, 눈과 코의 생김새 같은 특성은 조직, 피, 장기 구조처럼 인간을 이루는 특징과는 깊은 연관이 없으며, 인간성과도 어떠한 관련이 없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행동 차이는 생물학적으로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그들이 처한 삶에서의 경험 차이,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태도 차이에서 비롯한다.
능력이 개인의 재능에서 나온다는 믿음은 이기심과 차별,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할 뿐이다.
<Le Talent est une Fiction>, Samah Karaki, JC Lattès에서 발췌,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