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마음을 달래 보려고 산책을 나갔다. 만개한 벚꽃들로 팔달산 자락을 장식한 것이 봄의 축제처럼 행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가는 곳마다 산책 나온 인파들로 북적였다.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삼삼오오 오붓하게 자연과 어우러진 모양이 진풍경이다.
생명의 활기가 느껴진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는 헤르만헤세의 에세이가 떠오른다. 삶이란 무엇일까? 새삼스레 답을 얻은 것 같다. '삶은 견디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삶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많은 무리들 틈에 끼어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지니 어느덧 무거웠던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호라~ "어울림"이야말로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런가?
이따금씩 벚꽃잎의 명을 재촉하듯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댄다.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것이 봄꽃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나는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첫 아이 출산할 때를 떠올린다. 꼬박 19시간의 진통 끝에 호흡이 거칠어진 태아가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고 제왕절개로 들어갔다. 산모도 아기도 죽음의 무덤을 거쳐 거듭남의 상태로 두 번째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견뎌내는 그 순간순간이 오금을 절여내듯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그때에도 우린 용케 살아 나왔음을 어찌 잊을 수 있을쏜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사이엔 '살아내기'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미쳐 할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 죽음의 무덤을 다녀왔듯이 여전히 인간으로서 살아내기 위해 고전하는 중이다.
할 수만 있다면 우아하게 삶을 견디며 잘 살아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파이팅을 향해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