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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즈 Aug 18. 2021

실험적인 화면구성, 케케묵은 추억의 냄새

[큐레이터의 글쓰기 연습] 영화 <낯선 여인과의 하루> 봤음


*스포주의



1.  영화의 감상 포인트

 대학 수업에서  영화를   최근에 다시 보게  계기는  하나, 러닝타임을  채우는 2분할 화면이다. 84분의 러닝타임 내내 2분할 화면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전에는 접해보지 않았던 연출방식이라 처음에는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웠었다. 다시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실험적인 화면 구성이며 플롯에 있어 흥미로운 내용은 없다.

영화는 주인공 남녀의 대화로 진행된다.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 남자는 처음 만난 여자에게 수작을 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사이에 오래된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있다. 이들은 한때 결혼했던 사이였고 오래 전에 헤어졌던 사이다. 12 만에 남자의 동생 결혼식장에서 재회한 이들은 각자 남편과 애인이 있지만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끌렸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다.

  남녀는 끊임없이 대화한다. 처음 만난 사이처럼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는 하룻밤을 오롯이 대화로만 채운다.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이다보니, 감독은 한 마디 한 마디 내 뱉는 남녀의 심리묘사를 화면 분할을 통해 매우 직관적이게 표현한다. 한 화면에 두 프레임이 있는 느낌인데, 대부분 클로즈업 숏이다. 그래서 남녀의 감정선이 관객에게 직관적이고 한꺼번에 다가온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정신이 없다. 하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화 형식의 영화에 속도감을 불어넣은 화면 구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꽤 실험적이다.

  2분할이라는 것 외에 화면 구성에 있어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왼쪽에서는 과거를, 오른쪽에서는 현재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남녀의 입장이 한 화면씩 차지한다고 느꼈는데,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억을 하는 회상 장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처음부터 과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여자는 이 곳에 함께한 과거가 있는 사람이 있어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같은 추억에 대해 남자는 사실과 다르게 기억한다. 그런데 그 추억에 기대어 여자에게 끊임없이 구애한다. 어째서 잘 기억나지도 않는 기억에 이토록 매달리는지.... 찌질한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다. 헤어진 연인의 빛바랜 추억말이다. 별볼일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대화는 특별한 것이 없다. 2005년도 작품이기 때문인지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감독의 철학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들이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헤어진 것이 12년 전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는 오래된 냄새가 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운명처럼 만난 것 같지만 특별히 설레거나 아름답지 않았다. 옛날에 참 좋아했던 옷을 의류커버에 씌어놓고 장롱 속에 한참을 넣어놓다가 어쩌다 발견한 기분이었다.

  케케묵은 옛날 냄새를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면 매우 좋은 연출이었다. 지루했다고 평할 수도 있는데, 옛 추억은 원래 특별한 것이 없다. 이혼한 연인이 12년이 지나 만났는데, 처음 만난 것처럼 설레며 사랑에 빠지고, 그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작위적이고, 과도하게 로맨틱한 것이다. 12년의 세월이 변해버린 그들의 외형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쉽게 착각하는 빛바랜 기억에서도 나타나는데 처음 만난 것 처럼 또다시 불타오르기는 어렵다. 그래서 감독이 극도의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헤어진 연인에 대해 오묘한 감정은 들 수 있다.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해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버릴 정도로 사랑에 빠지기엔 서로가 그렇게까지 애틋하지 않다. 그런 사랑은 신파고, 픽션이고,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2. 왜 이렇게 찍었을까? (스포주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러닝타임 내내 줄곧 나뉘어진 화면은 서로 헤어져 각자 택시를 타는 마지막 컷에서 합쳐지며 드디어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간다. 꼭 같은 택시를 탄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 같이 택시를 타고 그들의 미래를 새로 써나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전 컷을 이어보면 같은 택시를 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다른 장소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하룻밤 동안 줄곧 함께 있던 그들을 분할 화면으로 나눠놨으면서, 그들이 다른 공간에 있는 컷은 나누지 않음으로서 영화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 흥미로웠다.

 하룻밤동안 함께한 그들의 대화에서 감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둘은 다른 사람이니 다른 생각을 했으며, 다른 얘기를 했다. 하지만 종국에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구애하던 남자는 연인의 전화 한통에 여자를 오랜 친구라고 표현했으며, 여자는 아쉬움 없이 가족에게 돌아갔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서야 같은 생각을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다 발견한  앨범으로 추억팔이를 하며 시간가는  몰랐다가 문득 지금 해야하는 일이 생각나 미련없이 앨범을 닫고 다시 집어넣어버렸던 기억이 생각났다.

* 제목과 부제에 있는 한국어 번역이 마음에 안든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라니, 성인영화같다. Converations with other women. 낯선 여인과의 대화. 원어 제목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과 비교적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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