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목표만큼 너무 낮은 목표도 위험하다
10월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 주최로 치유산업서비스에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 <2024년 국회 치유산업포럼>이 개최됐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앞으로 노인 돌봄 시설 부족과 요양보호사 등 인력 부족, 간병비 증가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여지가 많다.
이개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기요양을 위한 요양기관 및 시설은 2020년 2만 5384개소에서 2023년 2만 8366개소로 3000여 개소가 증가했으나, 공공요양시설은 244개에서 270개로 26개 시설이 늘어나는 데 그쳐,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의 대처는 더디기만 하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처, 너무 더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기관인 한국치유농업협회에서 주관한 <2024년 국회 치유산업포럼>의 치유산업서비스에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방안 논의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만 65세 이상 또는 만 65세 미만이지만 노인성 질환을 겪고 있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2008년부터 적용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회보험서비스다.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제31조에 따른 노인복지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로 정해져 있는데, 해당 시설은 양로원이나 노인공동생활가정 등 노인주거복지시설, 요양원 등 노인의료복지시설,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방문요양서비스 등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이다. 이러한 노인복지시설 기준과 함께 정부에서 인증받은 치유의 숲 등 산림치유시설, 치유농장, 해양치유센터 등 치유산업서비스 시설을 장기요양급여 대상 시설로 확대하자는 것이 이번 포럼의 골자다.
현행 노인장기요양급여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로 나뉜다. 장기요양 등급이 1등급 또는 2등급을 판정받은 경우 노인복지시설인 요양원이나 노인주거복지시설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1,2등급을 받을 정도라면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심신이 상당히 장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소리숲마을 제공
장기요양등급이 3,4,5 등급이 나온 경우에는 가정에서 재가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주간보호센터 등 재가노인복지시설이다.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ᐧ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유농장 등 치유산업서비스 시설이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대상 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시설기준이다. 시설급여의 경우 65세 이상 치매 등 거동의 붚편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대상자를 시설에서 돌보기 적합한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노인의료복지시설을 갖춘 치유산업서비스시설이라면 자연스럽게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될 터인데, 대부분 노인의료복지시설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단순히 산림치유나 치유농업에 적합한 곳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 시설로 했을 경우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1,2등급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중증 상태인 경우(거동이 매우 어렵거나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함)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까지 고용해서 운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치유산업을 도입할 때 생각해야 할 부분들
다음으로, 효과성 부문이다. 치유산업의 치유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된 상태다. 자연의 냄새, 색깔, 토양 같은 공간 등 치유산업 인자는 현대인들의 녹색 갈증, 자연 결핍,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등 과학적으로 효과성이 있다는 것은 다들 인정한다.
특히 노인장기요양급여 대상자들이 치매, 뇌졸중을 많이 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객관적 인지 기능이 향상되고, 기억력 향상, 장소 지남력, 우울증 개선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분명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대상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는 효과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관리의 필요성, 장ᐧ단기 문제해결중심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떠나 당장 문제를 해소하는 곳에 요양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치유산업에서 접근가능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적용 방법은 결국 장기요양등급 3~4등급(신체적, 정신적으로 중간 정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 5등급(경도 치매 등 비교적 가벼운 상태지만 일상생활에서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 대상자다. 이러한 분들은 재가서비스, 즉 집에서 일정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한 곳에 모여 보호를 받는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개념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능을 치유농장에서 수행은 가능할까?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적용하면 치유농장과 주ᐧ야간보호센터 시설 설립 기준에 부합한 용도지역에 두 가지 시설을 갖추는 방법과 해당 법을 개정하여 정부에서 인증받은 치유농장을 노인장기요양보험적용 시설로 지정을 받는다면 치유농장에서 주ᐧ야간보호센터 역할이 가능하다.
치유농장이 주ᐧ야간보호센터가 되어, 관내 등급 판정을 받은 대상자를 주간이나 야간에 보호하고 치유농업활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개선시키는 역할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치유농장 인증 기준을 주ᐧ야간보호센터 기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농촌진흥청의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ᐧ야간보호센터 시설 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과 요양보호사 등 관리 인원을 고용하면서 운영할 치유농장은 많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더라도, 결국 치유농장이 아니라 주ᐧ야간보호센터가 주요 기능이 될 여지가 많다.
끝으로 포럼이 진행되는 내내 많은 질문과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참석자들을 보면서 앞으로 치유산업 전망은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고령화가 맞이할 미래를 걱정하면서 우리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너무 높이 설정해 이룰 수 없는 목표보다 더 위험한 것은 너무 낮아 손에 닿아 버리는 목표라는 말이 있다. 치유산업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 방법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