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하고 엄마를 돌보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5년 전, 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그 분야로 일을 하려던 계획이었다. 바로 그다음 해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난 집에서 쉬게 되었고, 엄마에겐 예상치 못한 병이 찾아왔다.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내 탈출구는 책 읽기였다.
책은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준다.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보았을 땐 이랬다.
지구가 생성된 연도에 내 나이를 더한 게 진짜 내 나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럼 내 나이는 36억 년이상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거쳐 나라는 생명체가 이 땅에 온 이유가 뭘까? 신이 있다면 신은 내게 어떤 쓰임으로 이 지구에 오게 한 것인가. 그것을 찾는 게 내겐 안갯속에서 태양을 찾는 것과 같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여러 책을 읽고 사색한 결과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문학의 길이다. 소설, 에세이, 시를 읽다 보니 비어 있던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뭔가 쓰고 싶어졌다. 엄마가 아프게 되자, 지나온 엄마 이야기를 담고 싶어졌다. 그 삶이 너무 짧고 허무해보였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단편소설로 써서 응모해 보기도 했다. 써 본 경험이 없기에 단번에 미끄러졌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디지털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시를 공부하며 그 매력을 알게 되었고,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울림을 주는. 환한 곳보다 그늘진 곳을 보며 시대를 반영하는 시를 쓰려한다. 또, 가족을 돌보는 이들처럼 슬픔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작별인사
내게 가장 컸던 작별이 두 개 있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세상을 떠난 거였다
그 떠남에 남은 이들은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었다
두 분 다 인사도 할 수 없게 갑자기 떠났기 때문이다
지금 엄마는 그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일까?
얼마 큼의 시간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작별인사하고 있는 이 시간을 근사하게 보내요
마음에 내리는 비는 흘려보내고
눈을 맞추고
그동안 잘하지 못한 말
사랑해요
엄마가 내 엄마로 오기까지
삼십육억 년이 걸렸네요
엄마가 내 엄마여서
감사해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저를 이 땅에 오게 해 준
엄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