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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아이린 Jul 04. 2024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엄마는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약보다 운동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믿고, 우리는 매일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다. 진단받고 1년, 2년 시간이 흐를수록 걸음이 느려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졌다. 그래도 공원에서 동네 이웃을 만나면 반기는  엄마.  엄마 친구들은 엄마가 살이 빠지고 변한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말이 없어졌어. 명랑해서 말하기 좋아하고, 만나면 반갑다고 밥 먹자고 그랬는데. "


보이는 의자마다 앉아가며 걷게 되었지만, 의자에 앉아서는 뇌 운동에 좋다는 손가락 박수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 오르막길에서 힘없이 넘어졌다. 내가 잘 일으키지 못하자, 지나가는 아저씨가 괜찮으시냐며 일으켜 의자에 앉도록 도와준다. 어떤 땐 걷다가 의자에 앉으려는데 중심을 잃고 의자 옆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넘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3년을 바라보는 시간이 지나서는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휠체어를 이용해 밖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는 증세에 바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작년 여름부터 병원을 갈 때 빼고는 나가지 못했다. 봄에 벚꽃이 필 무렵, 놀러도 다니고 엄마랑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올핸 벚꽃 인사를 못 받고 한 계절이 그냥 가버렸다.


엄마랑 같이 갔던 곳을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가 아프지 않았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좋았던 때가 그때였음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했는지 이제야 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 될지 나중에 깨닫지 말고, 지금 인식하자.'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자.'


작년부터 엄마에겐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이 아픈 4번째 계절이다. 이 시를 썼던 작년 가을만 해도 혼자 걷고 물 마시러도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옆에서 부축 없이는 걷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엄마의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고 있는 듯하다. 마음에 쌓인 빗방울이 쓴 시다.



잃은 이


이른 아침 여섯 시부터 열두 시 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 물 마시러 부엌 간다

꿈에서 사막 갔을까 물컵을 계속 찾네     


배탈 나, 있다 마셔, 앉아 계셔 잠시만

듣지 않고 누웠다 일어나 물 마시기

쉼 없이 계속하는 이, 지쳐서 눈 붙이네     

  

나뭇잎 초록색 버리며 물들고

따스한 햇볕에 오소소 바람 부는데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나가네,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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