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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아이린 Jun 24. 2024

영 케어러(Young Carer)


 얼마 전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을 접했다.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다 아버지가 곡기를 끊고 세상을 떠나게 한 것이다. 그는 아픈 아버지를 돌봐야 했고, 생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평소 아버지와 관계도 좋았다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 정부는 대책을 논의해 2023년 7월 서울시는 가족을 돌보는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 청년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 케어러는 장애, 질병, 약물 중독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칭하는 말이다. 서울시는 서울 거주 14 ~ 34세 청소년과 청년 중 가족 돌봄 청년일 가능성이 높은 2,988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592명으로 전체의 65%였다고 한다. 또한 경제적 지원 중 주거비 부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청년이 66.6%로 가장 많았다. 이렇게 돌봄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가 가족 돌봄 청년을 전담 지원하는 기구를 만들어 개별 사례를 관리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가족 돌봄 청년들의 정신 건강, 삶 만족 지수가 최하라는 것이다. 한 돌봄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소통할 곳이 없다고 하는 걸 본 적 있다. 나도 편찮으신 어머니를 챙겨 드리고 있다. 3년 정도 되었는데 경제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더 큰 것을 느낀다. 어머니는 노환으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고,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다. 어느 날, 방송에서 의사가 한 말 중 한마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은 ‘이런 환자에게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가 없다 ‘라는 것이었다. 미래가 없이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그 후, 최근에 알베르 까뮈의 책 <시지프 신화>를 읽으면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책 속에서 ’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보았다. 신에게 받은 형벌로 시지프는 쉴 새 없이 큰 바윗덩이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일을 반복해서 한다. 산꼭대기에 다다르자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쉬는 시간 동안, 그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인가, 또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할 것인가 ‘ 생각했을 것이다. 그 찰나의 휴식 시간에 시지프는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휴식 시간을 가끔 마주한다. 같은 일을 계속하기로 하는 사람들에게 삶이라는 항해에서 희망이라는 등대가 있다면.  작가 알베르 까뮈는 작품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 삶이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만들면 된다는 답을 찾았다.     


 위의 돌봄 청년에게 희망이 있었다면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어린 청년들이 가족 돌봄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주저앉게 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경제적 지원도 있겠지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난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 외에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고, 평안을 얻었다. 자기 계발서, 문학, 인문학책 등을 통해 사유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긍정적인 삶을 위한 나침반을 보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삶이 빠져나올 수 없는 바닷속에 가라앉는 것 같았는데 책을 읽고 그런 마음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브런치에서 경험을 나누고,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싶다.


 기본적인 행정 절차만 밟았더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제도조차 모르고 혼자 돌봄의 무게를 짊어졌던 그 청년에게 위로를 보낸다. 가족 돌봄 청년들이 사회에서 더 이상 숨겨진 집단으로 분류되지 않고, 소통하고 도움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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