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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아이린 Jun 25. 2024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엄마는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식탁을 닦는데, 내가 행주에서 꿉꿉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네가 예민하구나." 

그게 5~6년 전 일인데, 냄새를 못 맡는 게 그것의 전조 증상일 줄이야. 

그 후, 어느 날부터 귀에서 ‘솨솨’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난다고 했다.

갑자기 들리지 않던 소리가 귀에서 자꾸 나니 이상해서 동네 제법 큰 이비인후과에 같이 갔다. 몇 가지 검사를 받고 나자,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

“큰 이상은 없고, 나이가 들면 청력도 노화가 되어 그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소리가 안 나게 약을 먹거나,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병원에 간 보람이 없었다. 의사는 약 처방도 필요 없고, 귀에 소리가 나는 것을 그냥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나오면서도 엄마는 쉴 새 없이 나는 ‘솨솨’하는 소리가 계속 신경 쓰인다고 했다


 엄마는 머리와 목 사이가 자주 뭉쳤다. 마사지를 해주며 말했다.

“엄마, 경동맥 초음파 한번 찍어보면 좋겠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여기가 뭉치면 뇌졸중 위험도 있다는데, 검사하러 같이 가요.”

 “그래, 안 그래도 항상 뻣뻣해서 불편했는데 같이 가보자.”

주룩주룩 비가 내리던 날, 예약해둔 병원에 같이 갔다.

병원에서 접수하고 피검사, 경부 초음파, MRI 순으로 검사를 받았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잠시 기다리세요.” 간호사 아가씨가 사무적인 말투로 말한다.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올까 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잠시 후, 검사실에서 엄마 이름을 부른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와 면담했다.

“검사상 큰 이상은 없으세요.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 검사받으러 오세요. 다른 데, 불편하신 데는 없으세요?”

“아, 요즘 기억이 좀 희미해진 것 같아요.”

의사는 몇 가지 묻더니, 치매 검사를 권한다. 간이 치매 검사라고 30분 정도 걸리는 검사라고 한다.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검사 결과, 의사는 치매 전 단계라고 한다.

“후유, 아직 괜찮은 거네요.”

“잠시 일어나셔서 여기부터 저기까지 걸어보시겠어요?”

엄마가 일어나 병원 복도를 걸어보자, 다시 한번 걸어보라고 한다. 그걸 보고 의사는 “파킨슨이 의심되네요. 가까운 대학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파킨슨이요?”

간단한 설명을 들었고, 소견서를 받아서 병원을 나왔다.

검사 받은 병원에서 인근 대학 병원에 예약을 해주었다. 

그때가 4년 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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