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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아이린 Jun 26. 2024

진단을 받다

엄마랑 대학병원에 갔다. 소견서를 써준 병원에서 3개월 전 찍은 CT에선 전두엽에 가벼운 위축, 혈관 석회화도 없었다. 큰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예약한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소견서를 보고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PET-CT를 찍어야 정확히 병명을 알 수 있습니다. 검사 후 다시 뵙겠습니다."


운동 검사도 받았고, 얼마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같이 방문했다. 

의사는 진단에 앞서 PET-CT 영상을 보여준다. 양쪽 뇌 사진이 보인다. 남색으로 된 동그란 뇌 안에 노랑 테두리를 두른 빨간 벌레 같은 게 있다. 그 벌레 크기는 양쪽이 같지 않다. 오른편이 더 작다.

해당 검사로 도파민 신경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엄마는 오른편이 더 소실이 된 상태라고 한다. 

의사는 영상의 상태를 이야기하며 진단을 내렸다.

"진단 결과 파킨슨 증후군입니다." 


파킨슨이라니 엄마가. 

외국의 유명했던 권투 선수가 떨면서 걷는 장면이 떠올랐다.

의사는 약을 꾸준히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약 처방을 내렸다. 

대학병원 특성상 자세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웠다. 그날부터 파킨슨 증후군에 한 공부가 시작됐다. 파킨슨병보다 예후가 더 좋지 않다고 하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약물로 조절하면 수명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파킨슨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4대 증상과 징후가 있다. 운동 완만(서동증,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 강직(뻣뻣함), 안정떨림(안정 시 떨림), 자세 불안정이다. 두 달 전 천장에 스티커 조명이 떨어진 것을 붙이려고 의자에 발을 딛었는데 중심을 못 잡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힘없이 넘어졌다며 이상하다고 했는데 운동 완만에 해당하는 증상이었다. 이때 허리를 다쳐서 정형외과에 가서 사진도 찍고 물리치료도 받으러 다녔다. 또, 엄마는 목 주위가 항상 뭉쳐 있었는데 강직 증상이었던 것 같다.


파킨슨 증후군 환자는 파킨슨병 말기에 나타나는 증상인 보행 장애, 낙상, 발음 장애, 삼킴 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치매 등이 발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파킨슨병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이 이런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알아볼수록 믿기지 않아 정말 이렇게 될까 싶었다. 그런데, 식사 때 보니 엄마의 오른쪽 손이 떨린다. 증상이 이제 조금씩 나타나는 건가.

4년 전 쌀쌀한 바람이 나뭇잎 지게 하는 계절, 엄마의 늦가을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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